정부인력 감축·이민자 단속 등
불확실성 인한 투자 위축 가세
전문가 경기 둔화 관측 잇따라
S&P 500지수 등 하락세 지속
JP모건 증시전망 약세로 선회
유통가선 제품값 줄인상 예고
미국인 31%만 물가정책 찬성
고율관세에 불안감 확산 방증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려 미국 경제에 경고등을 켜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나온 ‘트럼프세션’(Trumpcession: 트럼프 대통령 정책으로 발생한 경기 침체)이라는 합성어가 다시 시장에서 부각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용한 모델을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최근의 관세 충격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3% 감소하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0.8%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매체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94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이런 관세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공급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신 무역전쟁 공세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업,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여기에 연방정부 인력 감축과 불법 이민자 단속 등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 투자 위축 가능성까지 합쳐지면서 미국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콘퍼런스에서 관세가 성장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빈 전 장관은 “이런 관세장벽이 새로운 표준이 된다면 세계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며 경제적 효과도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비롯한 미국 주식시장 주요 지수는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해 11월5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나온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의 증시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앤드루 타일러 JP모건 글로벌 시장정보팀장은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 GDP와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S&P500 지수에 대한 연말 전망치를 약세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의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연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면서 “모든 불확실성을 고려해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우려는 빠르게 현실화할 전망이다. 미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 여파로 조만간 상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 CEO는 타깃이 겨울철 멕시코산 농산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품목들의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소비자들은 향후 며칠 내 가격 인상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CEO도 “우리는 전 품목에 걸쳐 공급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관세 비용 부담을 소매업체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은 거의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스트바이의 전자제품 공급망은 중국(55%)과 멕시코(20%)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소비자들의 불안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3∼4일 미국 성인 1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1%에 불과했다.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인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4%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