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6년내 4만弗 진입
저성장·고환율 발목 1.2% ↑ 그쳐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전년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년 연속 일본을 앞서며 세계 6위(인구 5000만명 이상 기준)에 올랐지만, 2014년 이후 11년째 3만달러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전년(4725만원)보다 5.7% 오른 4996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3만6624달러로, 전년 대비 1.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4.5% 떨어진 영향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기업·정부 포함)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명목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국제비교를 고려해 미 달러화로 환산해 집계한다.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2014년(3만800달러) 처음 3만달러에 진입한 뒤 2021년 3만7900달러까지 올랐다가 2022년 원화가치가 급락하며 3만50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2023년과 지난해 각각 2.7%, 1.2% 늘었지만, 여전히 3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만달러를 상회하는 21개국은 (3만달러를 벗어나는 데) 평균 5∼6년 걸렸다”면서 “우리나라는 원화 기준으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환율 영향으로)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7년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4만달러 고지를 밟기 위해선 경제 성장과 원화가치 방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대폭 하향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수출 악화 우려가 커지며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 일본의 1인당 GNI를 넘어선 후 올해도 일본(약 3만4500달러)과 대만(3만5188달러)을 제칠 전망이지만, 이 역시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 절하폭은 4.3%였지만, 일본 엔화와 대만달러 가치는 각각 7.4%, 3.0%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행(BOJ)의 조기 금리 인상 관측과 안전 자산 수요에 힘입어 일본 엔화 가치는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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