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공연한 세종문화회관서
후배 주현미·조항조와 함께 서
“은퇴라는 단어 좋아하지 않지만
분명코 이번 공연 마지막 될 것
전통가요 맥이은 가수로 불리길”
“그냥 조용히 노래를 할 수 없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해서 지금까지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이번 무대가 마지막 공연이고 앞으로 레코딩 취입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살아 있는 역사, ‘엘레지(애가)의 여왕’ 이미자가 다음달 고별무대를 끝으로 66년의 가수 인생을 마무리한다.

이미자(84)는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분명코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다”며 거듭 은퇴 의사를 밝혔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1960년대 대중음악 아이콘이자 한국 가요계 전설이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섬마을 선생님’, ‘여로’, ‘내 삶의 이유 있음은’, ‘여자의 일생’ 등의 히트곡을 포함해 2500곡이 넘는 노래를 냈다. 이미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중음악인 중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미자의 마지막 무대는 다음달 26,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공연이다. 세종문화회관은 그가 1989년 대중음악 가수로는 최초로 데뷔 30주년 단독 공연을 개최한 곳이다. 40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 콘서트도 같은 곳에서 열었다. 이미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30주년 공연을 크게 연 이후 이곳에서 가장 많이 기념 공연을 연 기록을 가진 사람이 저일 것”이라며 “활동 66년째에 다시 서는 세종문화회관에 무척 애착이 간다. 이번 공연은 제게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자는 고별무대를 마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통가요를 사라지게 하지 않고 물려줄 수 있는, 대(代)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공연을 할 수 있게끔 한 제작사가 있었다”며 “혼자 조용히 이 공연으로 (가수 인생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함께 무대에 오를 후배 주현미, 조항조와 동석한 이미자는 “제가 노래한 지 66년째 되는 해인데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든든한 후배를 모시고 제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수 있는 후배들과 공연한다는 소식을 발표할 수 있게 돼 매우 행복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현미는 “저희를 (전통가요) 맥을 잇는 후배로 지목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제는 뭔가 역사를 이어가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조항조도 “제가 ‘자격이 있나’ 부담스럽지만 선배님이 물려주신 맥을 이으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66년간 대중가요를 부른 소감도 전했다. 이미자는 “TV도 없던 시절 ‘동백아가씨’가 33주나 차트 1등을 하고 있었음에도 제 노래는 서구풍의 노래에 밀려 질 낮은 노래가 됐다”며 “서구풍은 상류층 노래, 전통가요는 하류층 노래라는 인식에 소외감을 느끼고 지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이미자는 “파월장병 위문도 가고, 독일에도 위문 공연을 하러 갔는데 그때마다 제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고 환영해주시는 것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노래를 하며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자는 트로트보다 전통가요 가수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로트 가요를 부르는 사람은 다른 분야를 부르는 사람보다 음폭이 넓다. 그래서 정통 트로트 가요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발라드도 할 수 있고 다른 어떤 노래도 할 수 있다”며 “그래서 그것(다른 장르)으로 바꿔볼까 생각도 했지만, 주변이 없어서였는지 바삐 생활하며 그대로 세월이 흘렀다”고 덧붙였다.
“저는 사실 노래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요 생활 66년 동안 아무 여한이 없는 행복한 가수예요. 그저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간 가수라고 생각해주신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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