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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술이 고급화되어야 하는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5-03-15 19:00:00 수정 : 2025-03-12 16: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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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의미 있는 토론회가 하나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임호선 의원이 ‘전통주 산업 발전 및 명주 육성을 위한 주세법 개정 등 정책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술산업연구소가 주관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국세청이 후원했다.

 

지난달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통주 산업 육성에 관한 토론회 모습.

발제를 맡은 이대형 경기도 농업기술원 박사는 전통주는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 농산물 소비에 중요한 가공품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욱와인연구소의 최정욱 소장도 한국형 지리적 표시제 도입 및 명주가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 등 전반적인 산업 구조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호선 의원은 국가 주도의 전통주 연구기관을 설립하자는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일본은 1904년 주류총합연구소를, 프랑스는 1831년 와인연구소를 설립해 각각 사케와 와인의 세계화를 이뤘다”며 “우리나라에도 국가 주도 연구기관이 만들어지도록 관련 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술이 고급화하려면 그 외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숙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다. 바로 오크통 숙성이다. 오크통에서만 숙성돼야 하며 최소한 3년 이상 숙성돼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알코올 도수도 40도 미만은 인정하지 않는다. 물을 섞어 위스키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거나 와인, 맥주 등 다른 술과 도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와인도 마찬가지다. 최소 알코올 도수가 8.5도는 되어야 하며, 건포도로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지역의 가치를 살려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대표 고급 와인 산지 부르고뉴의 경우 밭에 그랑크뤼라는 최고등급을 부여한다. 그 밭에서 생산되는 와인 자체가 최고 와인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밭에서 나오는 와인의 생산량은 한정돼 있다. 이러한 희소성으로 부르고뉴 대표 레드 와인인 로마네 콩티의 경우 병당 6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또 매년 수확하는 포도의 상태가 다른 데서 착안해 빈티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렇게 소비자들이 연도별로 생산된 와인을 고르거나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시장이 생겨났다. 즉, 한 번 사서 마시고 모으는 것으로는 모자란, 매년 마시고 모아야 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은 최근 사케의 주세를 낮췄다. 2023년도까지 1ℓ당 과세액이 120엔이었는데, 최근에 100엔까지 낮춘 것이다. 일본 국내 쌀소비 중 4~5%를 담당하고 있는 사케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일본은 앞서 1992년 특정명칭주제도를 통해 프리미엄(고급) 사케와 일반 사케를 소비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케의 질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은 쌀도정률에 따른 구분이다. 도정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쌀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 수고를 할수록 술의 맛이 맑아지고 과실향이 풍부해진다. 이처럼 품을 많이 들인 제품이 자연스레 프리미엄 사케가 될 수 있게끔 소비자에게 소개한다.

선진국들이 자국 전통주에 대해 고급화를 추진하는 건 결과적으로 국가 브랜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취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농업적, 문화적, 자연적,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주에 부가가치를 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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