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주류 문화로 치부됐던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이 K팝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K팝의 육성 시스템과 팬덤 문화에다 꾸준히 발전해온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결합하면서 존재감이 커진 모양새다.
2023년 데뷔한 5인조 플레이브(PLAVE)는 버추얼 아이돌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지난달 3일 발표한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1(Caligo Pt.1)’은 발매 첫 1주일간 초동 판매량 103만8308장(한터차트 기준)을 기록하며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100만장을 돌파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는 역대 최초로 발매 24시간 내 1000만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돌파했다. 2004년 멜론 서비스 개시 이후 첫 사례다.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미국 빌보드의 ‘글로벌 200’ 차트에 진입하기도 했다.

플레이브의 성공 비결은 뛰어난 음악성이지만, 기존 버추얼 아이돌과 차별되는 친밀한 소통 능력도 도움이 됐다. 게임을 만들 때 쓰는 언리얼 엔진과 실시간 모션캡처 기술을 통해 수시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유튜브·틱톡에 ‘챌린지’ 영상을 올리는 등 팬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기술이 발전했고, 젊은층이 가상 개념을 예전보다 낯설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플레이브는 기존 버추얼 아이돌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버추얼 아이돌은 열애설에 휩싸이거나 음주운전, 마약 등 사건·사고의 위험도 거의 없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고,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나이비스(nævis)는 서울디자인 2024의 홍보대사와 칠성사이다, 할리스 등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이밖에 7인조 보이그룹 스킨즈, 4인조 걸그룹 아이시아 등 버추얼 아이돌이 올해 데뷔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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