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사망률 전 세계 1위에도 불구하고 간이식을 할 수 없어 자국 환자를 해외로 보내야했던 몽골이 국내 의료진들의 기술 전수를 받아 300여명의 간이식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몽골 정부의 요청을 받아 지난 15년간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 제1병원에 생체간이식을 전수해왔으며, 최근 현지 병원이 누적 생체간이식 300건을 달성해 완전한 간이식 자립을 이뤘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몽골 국립 제 1병원은 지난달 22일 몽골 최초로 기증자의 간을 복강경으로 절제하는 고난도 수술에도 성공했다. 간경화를 앓던 어머니 엥흐멘드(41세·여) 씨에게 아들 갈바드라흐(25세·남) 씨의 간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는데, 이 수술에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정동환, 강우형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간이식 불모지였던 몽골에서 복강경 간 절제술을 통한 생체간이식이 이뤄지기까지 서울아산병원은 2010년부터 몽골 국립 제1병원의 외과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92명을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다. 2011년부터는 19차례에 걸쳐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214명을 현지에 파견하여 간이식 진료 및 수술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진 수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현재 몽골 국립 제1병원은 몽골 내에서 이식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병원들에게 간이식을 전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몽골은 간암 사망률 전 세계 1위라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말 정부가 직접 간이식 프로그램 유치팀을 조직하고, 세계 최고의 간이식 교육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몽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3단계에 걸친 간이식 전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1단계는 현지 의료진의 서울아산병원 연수, 2단계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현지 수술 집도 및 수술 환자 관리, 3단계는 간이식 성공률 향상 등 독자적인 간이식 운영을 위한 시스템 정착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 부족한 장비를 지원해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으며, 간이식 전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이 지원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몽골 정부와 처음 협약을 맺을 당시 몽골은 간암 사망률 세계 1위임에도 마땅한 간이식 치료 기술과 장비가 없어 전적으로 해외 원정 치료에 의존해야 했다. 이제는 몽골에서 300명이 넘는 환자가 간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15년간 헌신과 노력을 쏟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이번 성과는 몽골에 단순히 간이식 술기를 전수한 것을 넘어 장기간에 걸쳐 서울아산병원만의 간이식 진료 및 수술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고 몽골 병원이 더 많은 자국 환자를 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몽골 최초의 생체간이식과 최근의 기증자 복강경 간 절제술에 모두 참여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 기증자 복강경 간 절제술도 현지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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