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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노후 임차 헬기' 또 추락…"70대 조종사 의식 없었다" [사건수첩]

입력 : 2025-04-06 19:07:57 수정 : 2025-04-07 02: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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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사고 원인·인적사항 조사"

6일 대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노후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추락한 지 11일 만이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난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정모(74)씨가 숨졌다. 당시 헬기 5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었지만, 이 중 1대가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장소에서 추락했다. 헬기에는 정씨만 타고 있었다.

6일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난 산불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가 추락해 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관계 당국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조종사의 시신을 수습했다. 숨진 정씨는 1981년부터 44년간 헬기를 조종했다. 경찰청 소속으로 25년간 헬기를 조정했고 2017년부터 동구청 임차 헬기 조종에 투입됐다. 주변인들은 정씨를 책임감이 강한 헬기 조종사로 기억했다. 또 헬기 조종을 하는 후배들은 찾아가면 시간을 내 조언을 하거나 밥을 사주는 다정다감한 선배라고 입을 모았다.

 

추락 헬기는 민간업체 더스카이 소속으로 구청이 지난해 10월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한 소형 헬기 벨(BELL) 206L 모델로 확인됐다. 1981년 제작된 BELL 206L은 담수량 550ℓ의 상업 헬기로 도입한 지 44년이 지난 노후 헬기다. 1962년부터 2017년까지 총 7300대 이상 생산됐다. 5명의 승객과 조종사가 탑승할 수 있다. 소방 당국은 “헬기 1대가 떨어졌다는 목격자 신고가 있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과 사망자 인적사항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김군석(69)씨는 “헬기가 하늘로 올라가 물을 뿌린 뒤 산불 방향 반대쪽으로 향하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돌풍에 균형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면서 “달려가 헬기 조종사의 안전띠라도 제거하려고 했지만 뜨거운 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추락한 소형 헬기 벨(BELL) 206L. 산림항공본부 제공

산불은 이날 오후 3시 12분쯤 서변동 이곡지 북편 초입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헬기 5대와 차량 24대, 인원 69명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 오후 4시 18분쯤 진화를 완료했다.

 

산불을 끄던 헬기가 추락한 사고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26일 낮 12시 34분쯤 경북 의성군 산불 진화 현장에서도 소화수를 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현우(73) 기장이 숨졌다. 당시 사고 헬기는 강원 인제군 소속 S-76 기종 임차 헬기로 이륙 후 추락 전까지 당국과 별다른 교신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사고 당일 기상 상태가 나빴으며 전신주 전선에 헬기가 걸렸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 현재 산불 진화 체계는 정부나 지자체 보유 헬기와 민간 임차 헬기를 혼합 운영 중이다. 이 중 상당수가 제작된 지 30년 이상 된 기종이다. 두 추락사건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산불 진화용 헬기의 노후화·정비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수년째 지적됐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헬기 추락 현장에서 야간 현장 조사를 진행한 뒤 7일 본격적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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