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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람직한 복지제도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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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9 23:11:51 수정 : 2025-04-09 23: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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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서울시 복지실험인 디딤돌소득을 평가하는 연구를 맡고 있다. 올해는 디딤돌소득 3년 실험이 종료되는 해이고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총정리해야 하는 중요한 해다. 마침 올해 8월에는 5년마다 개최되는 경제학자들의 올림픽인 ‘세계경제학자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그곳에서 디딤돌소득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됐다.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과 디딤돌소득, 나아가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금은 복지제도에 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극도의 가난에서 탈출했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주듯이 지금의 기성세대는 그들이 기억하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빠른 성장에서 낙오된 사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사회적 주변부로 내몰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가족의 쇠퇴와 공동체 해체, 급격한 개인화에 따라 소외된 계층이 점차 늘어나는 염려스러운 상황을 우리 모두 목도해왔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절과 달리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주거비, 양육비, 교육비의 부담으로 자녀출산을 꺼리고 결혼마저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맞는 바람직한 복지제도는 어때야 할까.

3년 동안 디딤돌소득 정책실험을 연구하며 느낀 소회를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첫째, 당연한 이야기이나 바람직한 복지제도는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구,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고령자, 소년소녀가장 가구는 어떤 나라이든지 복지제도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새로운 복지제도가 어떤 형태로든지 이들 최하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포퓰리즘은 복지제도의 효율성을 악화시키므로 배척해야 한다. 결핍이 있는 곳을 채워주는 복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직장을 잡고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현금 지원보다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사는 보람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여건이 뒷받침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구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직장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 이러한 사람을 식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로능력 판정보다는 더 정확한 방법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내야 한다.

셋째, 도덕적 해이 문제를 경계하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금성 지원에 초점을 맞춘 복지제도는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복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덴마크의 복지제도에서 복지 혜택에 대한 시민의 권리(rights)와 함께 의무(duties)가 동등하게 강조된다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복지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제도의 존립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복지제도에 대한 공약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불행한 사건으로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왔지만 복지제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행이다. 후보들과 정당들의 치열한 공방과 생산적 논의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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