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6-에코’라는 남성이 아침에 눈을 뜬다. 그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뒤, 모니터에 나타난 “나트륨 과다 검출” 경고 문구를 확인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조정된 식사를 제공받는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의 도입부 장면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이 장면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1월 CES 2025에서는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변기 부착형 헬스케어 로봇 ‘S1’이 소개되었다. 이 기기는 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일상적인 배변 활동을 통해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을 갖췄다. 건강관리가 단순한 진료 차원을 넘어 ‘개인 맞춤형’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건강기능식품 분야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3월부터 소비자가 약사, 영양사, 의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추천받고, 필요한 만큼 소분·조합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본인의 건강 정보와 생활습관에 기반을 둬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실제로 필자 역시 주말이면 마트 내 건강기능식품 코너에 들르곤 한다. 진열대에 나열된 수많은 제품을 보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일이 잦다.
이처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중복 구매나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이러한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고,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에 따른 제품 선택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맞춤형’이라는 이름만 믿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어떤 제품이든 과다 섭취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이라 하더라도 복용 중인 의약품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항혈소판제와 함께 혈행 개선 기능이 있는 은행잎 추출물을 섭취할 경우 출혈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당뇨 치료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 글루코사민을 함께 섭취하면 혈당 조절 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 제품 섭취 후 이상 사례가 발생한 경우에는 섭취를 중단하고 즉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영업자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상 사례 신고센터(1577-2488)에 신고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역할은 단순한 불편 제기를 넘어,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유전자 기반 분석 등 첨단 기술은 건강관리뿐 아니라 소비 방식 자체를 더욱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데 20년이 걸렸다면, 이제는 1~2년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소비자 권익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가 필요하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건강기능식품 생태계에서 소비자 권익을 실현하는 제도로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연화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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