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보다 바나나 등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더 많이 먹는 것이 혈압을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연구진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생리학 저널–신장생리학(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Renal Phys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트륨 제한뿐 아니라 칼륨 섭취를 늘리는 것이 혈압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을 이끈 아니타 레이튼(Anita Layton) 박사는 “고혈압 환자에게 ‘소금을 줄이라’는 조언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 브로콜리 같은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단순한 나트륨 제한보다 혈압을 더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칼륨과 나트륨은 체액의 균형, 신경 및 근육 기능, 혈압 유지 등 인체의 생리 작용에 필수적인 전해질이다. 이 중 칼륨은 체내 과잉 나트륨을 배출하고,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칼륨 섭취량 변화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칼륨-나트륨 비율 변화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칼륨 섭취를 기존보다 두 배로 늘렸을 때 남성의 혈압은 최대 14㎜Hg, 여성은 최대 10㎜Hg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성인의 약 30%가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및 출혈성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경고하고 있다.
공동 연구자인 멜리사 스타트(Melissa Stagg)는 “인류 초기에는 과일과 채소를 풍부하게 섭취했으며, 인체 역시 이러한 고칼륨·저나트륨 식단에 적응하며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현대 서구식 식단은 나트륨은 지나치게 많고 칼륨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식습관이 고혈압이 산업화된 사회에서 유독 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하루에 칼륨을 1g(중간 크기 바나나 2개 분량)만 더 섭취해도 고혈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칼륨이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바나나 외에도 브로콜리, 시금치, 고구마, 아보카도, 콩류, 견과류, 말린 살구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소금 줄이기’에 머무르지 않고, ‘칼륨 늘리기’를 병행하는 식단 전략이 고혈압 예방과 개선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식단 개선 외에도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비만은 고혈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체중 감량 역시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권장된다.
이번 연구는 고혈압이 ‘소금 과잉’의 문제만이 아니라, ‘칼륨 결핍’이라는 또 다른 축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제한이 아닌 ‘영양 균형’과 ‘식습관의 재설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연에 가까운 식단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고혈압을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고혈압 관련 5가지 체크리스트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 고혈압 앓고 있음
✔혈압 관리, 단순한 ‘소금 줄이기’만으로는 부족
✔칼륨, 나트륨 배출 돕고 혈압 낮추는 핵심 전해질
✔바나나, 브로콜리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 섭취 권장
✔금연, 절주 등 고혈압 예방 위한 생활습관도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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