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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붕괴 사고 생존자, 어떻게든 살리려 손으로 파헤치며 구조했죠”

입력 : 2025-04-20 22:01:19 수정 : 2025-04-20 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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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산선 붕괴현장 투입 조병주 소방위·이준희 소방장

헬멧 쓴 생존자 뒤통수 보이자
“걱정 마세요” 안심시키며 접근
2차 붕괴 우려에도 ‘온몸 사투’
“감사하다는 말 들으면 큰 힘 돼”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구조해 드릴게요.”

지난 12일 오전 4시쯤 경기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진행하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조병주 소방위와 이준희 소방장은 20대 굴착기 기사의 파묻힌 오른쪽 다리 주변 잔해를 손으로 파헤치며 이같이 말했다. 생존자는 전날 오전 6시에 출근해 이날 오전 6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던 청년이었다.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수백㎏이 넘는 철제 상판과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은 6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조병주 소방위(왼쪽), 이준희 소방장.

조 소방위와 이 소방장은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구조 막바지 생존자가 정신을 잃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조 소방위는 “나가서 뭐 할 거냐, 부모님의 직업은 뭐냐는 등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며 “계속 안심시키며 ‘우리는 전문가이니까 당신은 어떻게든 살려내겠다’고 확신을 주고 작업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 소방장은 “처음에는 목소리가 컸는데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 계속 작업 현황을 알려주며 말을 붙였다”고 부연했다.

최초 발견 당시 생존자는 헬멧을 쓴 뒤통수만 드러난 상태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철조망과 흙, 콘크리트 더미로 온몸이 덮여 있었다. 조 소방위는 “200㎏ 넘는 철판과 H빔 큰 것들을 하나하나 크레인으로 들어내 공간을 확보하고 절단기를 이용해서 외부 철조망 등을 제거했다”며 “생존자가 다치지 않도록 삽, 호미 등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계속 땅을 파고 들어가 머리와 기도 확보를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우유, 물, 간식 등을 먹이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반신부터 확보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구조 전문가들에게도 이번 현장은 위험했다. 잔해가 움직이며 소음과 진동이 수차례 느껴졌다. 언제든지 2차 붕괴가 일어날 수 있어 두 소방관은 계속해서 서로의 뒤를 봐주며 작업했다. 조 소방위는 “구조물이 무너지면 어디로 대피할지 그것도 생각하면서 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긴박했다”며 “위험에 직면할 때마다 문득문득 가족 얼굴이 떠올랐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2일 오전 4시27분쯤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현장에 고립됐던 작업자를 소방관이 구조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생존자를 크레인에 고정시켜 함께 위로 올라가는 동안 밖에서 아들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 소방위는 “생존자가 가만히 듣더니 ‘엄마가 왔네’라고 하더라”며 “이렇게 당신이 살아나는 건 천운이다.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보고 후회되지 않는 그런 삶을 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제나 위험한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특수대응단에게 살아 있는 구조자를 구해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기억에 남고 힘들었던 구조를 묻자, 동료의 순직 사고라고 답했다. 조 소방위는 지난해 6월 화성 전지 제조공장 화재를 떠올리며 “화성에서 최초 근무할 때 같이 근무했던 직원의 사체를 수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남의 일 같지 않아 퇴근하면 아이들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소방관으로 계속 일하는 이유에 대해선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이 소방장은 “일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며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니까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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