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지위는 직책과 매우 유관하다. 통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상사, 피해자는 부하 직원인 이유다.

A씨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따져보려면 201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과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하는 매뉴얼을 살펴봐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법 사례집에 따르면 행위자가 직위나 직급체계가 피해자보다 높지 않아도 성별, 나이, 근속년수 등 다양한 요소에서 우위성이 인정되면 관계의 우위가 인정된다. 즉 단순 직급체계가 아니라 직장 내 위치 및 영향력, 괴롭힘이 발생한 상황, 동료들과 관계 등을 고려해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A씨 경우 관건은 팀원의 행위가 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다. 팀장보다 나이가 많고, 회사 내 근속 기간이 더 많은 점을 이용해 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장 내 지위가 아닌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셈이다.
법원에서도 상급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일삼은 행위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 2022년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서울시 청원경찰이었던 이모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이씨의 청구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근무 경력과 나이를 내세워 상급자에게 “지금처럼 존칭하면서 조장 대우 해 드릴 테니 직원 대우 정확하게 하라”며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미칠 지경”이라는 표현을 썼다.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해당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봤다. 서울시 청원경찰 징계위원회는 해임으로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이씨는 해임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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