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군사 작전 계획을 채팅앱 ‘시그널’에서 논의하다 외부로 누출된 ‘시그널 게이트’의 여진이 사건이 드러난 지 한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안보라인의 핵심 인사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가족이 포함된 또 다른 채팅방에서 군사 작전 계획을 공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민간 채팅앱인 ‘시그널’의 또 다른 채팅방에서 예멘 후티 반군 공격 세부 계획을 공유했다. 채팅방에는 전직 폭스 뉴스 프로듀서인 아내 제니퍼 헤그세스와 형 등이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24일 미국의 잡지 ‘디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자신이 마이크 왈츠 안보보좌관의 실수로 시그널 채팅방에 초대받아 지난달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공격 작전의 공격 일시, 공격 대상, 무기 정보 등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어난 뒤 한달여만에 또 다른 채팅방에서 유사한 군사 정보가 오간 정황이 파악됐다.
시그널은 민간에서 제작한 채팅앱으로 사용자로부터 수집하는 정보가 훨씬 적어 텔레그램보다도 보안성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결국 휴대폰을 통해 구동되는 탓에 보안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골드버그 편집장의 폭로 당시 트럼프 행정부 안보라인의 ‘보안 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미국 행정부와 함께 근무했던 데이터 전문가인 카로 롭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고위급 보안 당국자들이 취급하는 정보가 시그널과 같은 메신저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암호화된,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매우 안전한 정부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사용되는 기기 또한 “매우 안전하게 정부가 통제하는 장소”에 보관된다고 전했다.
이런 비판은 대중적으로도 공감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25일 미국인 59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시그널 채팅 논란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고, '다소 심각하다'는 답도 21%에 이르렀다.
이는 고스란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적용된다. 헤그세스 장관의 전 공보 비서관인 존 울리엇은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펜타곤에서 한 달 동안 총체적 혼란이 있었다. 민감한 작전 계획의 유출부터 대량 해고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기능 장애는 이제 고위 리더십으로부터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할 대통령에게 큰 방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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