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고객에게 부동산 물건 소개와 상담을 해주고 상담료를 받는 일명 ‘임장(현장조사) 기본보수제’ 도입 추진에 나섰다. 공인중개사가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객에게 매물을 소개해주는 등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을 타개해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고객 입장에선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라 반발 목소리도 만만찮은 분위기다.

25일 협회에 따르면 임장 기본보수제는 신임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중 하나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14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올해 1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협회는 고객이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매물 안내와 상담 등을 받을 경우 일정 금액의 상담료를 지불하고, 이후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비용은 중개 보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오신 고객에게) 설명과 물건 안내를 해드려도 아무 대가 없이, 보고 가면 그걸로 끝인 상황”이라며 “공인중개사도 자격사답게 상담료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임장 기본보수제’를 선거 공약으로 넣었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그 상담료는 중개 보수에서 차감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상담료 도입을 추진하는 데는 최근 매수 의사 없이 시세 파악 등을 위해 매물을 보러 다니는 이들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협회는 특히 일부 ‘임장 크루(임장을 함께 다니는 모임)’ 중에서 모임원들이 모임장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형성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임장 크루의 경우 임장 활동을 하는 분들이 크루에 비용을 제공하고, 시나리오를 받은 다음 임장을 가게 된다”며 “공인중개사들이 정당하게 물건 중개를 의뢰받고, 현장 안내 등 중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이 오히려 임장 크루의 장들에게 지불되는 구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인중개사 과잉 공급 등으로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도 협회가 임장 기본보수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객들은 협회가 추진하는 이 제도가 결국 새로운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재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지만, 제도가 도입될 경우 매물 확인만으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담료 도입 시 부동산 직거래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현실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협회는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을 통해 중개 서비스의 질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연구자들 중에서도 (매수 의향자가) 집을 볼 때 예약금을 미리 내고, 거래가 성사된 경우 (예약금을) 중개 보수에서 공제하는 방향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중개 서비스의 질을 강화하는 선순환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보는 분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정상적인 중개 행위자 이외의 분들이 보수나 비용을 받아가는 구조는 없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준비를 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