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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스토킹 범죄 피해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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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6 22:54:31 수정 : 2025-07-16 22:54:30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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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 구속 제도 70여년간 제자리
구속사유 제한돼 “확대해야” 목소리
‘조건부 석방제’ 등 대안 입법은 좌절
제도개선 위한 사회적 논의 서둘러야

우리 형사소송법상 구속제도는 1954년 제정 당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간 수사·재판을 둘러싼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형소법 70조부터 살펴보자.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타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통념상 구속의 목적에는 재범 방지와 피해자를 비롯한 국민·사회의 보호도 포함돼야 할 텐데, 사유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명시됐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법조계에선 줄곧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위해 우려까지 추가로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계식 논설위원

최근 들어선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형소법 70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 범죄 특성상 가해자는 피해자 인근에서 범행을 지속하기 일쑤라 도주 우려가 작다. 보통 피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나 통화 기록 등이 남아있어 증거 인멸 가능성도 별달리 논할 바가 없다. 주민등록상 주소만 확인되면 사실상 형소법 70조에 규정된 구속사유는 모두 피해갈 수 있게 된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구속 수사가 어려운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 처벌법 시행 당시 구속 비율은 7%였고, 2022년은 3.3%, 2023년은 3.2%로 하락 추세다. 그렇다고 피해자 위해 우려를 가볍게 봤다고 판사만 탓할 노릇도 아닌 것 같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판사가 범죄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형소법 70조에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센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피해자 위해 우려’를 추가했다가 가해자와 피해자 간 특정한 관계로 반복?지속되는 특성을 보이는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일률적으로 구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반론이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어 보인다.

대법원은 앞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 시행 중인 조건부 석방제를 도입해 일정한 조건을 붙여 구속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구속영장 단계에서 주거 제한, 이른바 ‘전자발찌’로 불리는 위치추적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보증금 납부 등의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보석을 허용하되 이를 어기면 바로 구속하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시행 중이며, 대한변호사협회도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근 법원이 재범을 우려해 ‘피해자 100m 내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 처분을 내렸는데도 스토킹 피의자가 이를 무시하고 살인을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건부 석방제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제도는 앞서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추진에 힘입어 정부 안으로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이후 몇 차례 의원 발의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검찰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었다.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증거를 인멸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결론을 차치하고라도 구속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더는 보복 우려에 떠는 스토킹 피해자를 방치해선 안 된다. 구속 수사 남발 우려를 덜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공론화를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기회에 법원이 구속 또는 기각 판단 때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봤으면 한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임에도 그 사유는 달랑 15자로 밝혀 스스로 사법부 신뢰를 훼손한 바 있다. 구속제도를 둘러싸고 기각 시 불복 수단으로 영장 항고제를 도입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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