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하는 등 형식적
최근 10년간 국가 연구·개발(R&D) 실태를 살펴보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투자 규모에 비해 낮은 목표수준을 세우고 형식적인 평가를 반복해온 탓에 목표를 달성해놓고도 정작 핵심 성과를 거두는 데는 미흡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30일 나왔다.
이번 감사는 국가 R&D 투자 규모가 2012년 16조원대에서 2022년 29조8000억원 규모로 확대됐지만 최고 수준 연구성과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주요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실시됐다.

감사 결과 투자 목적 및 규모와 무관하게 기술성숙도가 낮은 기초·실험실 수준 연구에 국가 R&D 투자가 80% 이상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 연구 사업은 민간에서 나서기 어려운 도전적인 과제여야 하는데, 낮은 수준의 연구에만 예산이 집중되다보니 원천기술 개발과 같은 핵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성과 평가도 허술했다. 성과 지표가 불명확하거나 과대평가가 이뤄지는 등 형식적인 평가가 반복돼 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실적의 경우 국가 R&D 삼극특허(미국·일본·유럽연합) 비율이 1.9%에 불과했다. 우수 논문지표인 HCR(피인용 상위 1% 논문연구자) 순위는 2023년 기준 17위에 머물렀다. 국가 R&D 투자 규모가 작은 호주(5위), 싱가포르(13위)보다 뒤쳐진 것이다.
감사원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의 경우 기술 스펙 등 계량지표를 포함해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한다”며 “정량적인 목표설정 및 성과목표·성과지표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가 R&D 사업 추진 전반에 혁신·도전성을 강화하고,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국가 R&D 성과를 종합분석한 실증분석의 결과와 단계별 혁신·도전성 저해요인 및 개선 방향을 관련 정책수립·관리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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