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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아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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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5 23:15:23 수정 : 2025-05-05 23: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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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새 생명이 태어나면서 내겐 ‘아빠’라는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그동안 누군가의 아들 또는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아빠가 됐다.

주변으로부터 “아빠가 될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때마다 항상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 생명 앞에서 ‘완벽히 준비가 됐다’는 생각은 오만일 수도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사랑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김범수 국제부 기자

아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니큐)에 들어갔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일시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낮아진 탓이었다. 아이가 니큐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왔다. 의료진은 혹시 모르니 며칠 동안 경과를 지켜보는 차원이라고 다독여줬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했다. 먹성이 좋은 아이는 의료진의 보호와 관심을 듬뿍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아이의 퇴원 수속을 앞두고 덜컥 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아이의 치료 비용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다소 떨리는 손으로 치료비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총 진료비는 1068만원. 이 중 약 1030만원은 국가 공제였고, 실질 지불 금액은 31만원이었다.

산모에 대한 지원도 기대 이상이었다. 입원실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출산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줬다. 수술비용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아이를 출산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의료 비용을 국가가 지불해준 셈이다.

그동안 잘 몰랐지만 아이를 낳아보니 국가가 저출산 대책에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살면서 음식점 후기도 남겨본 적 없지만, 출산 지원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너무나 예쁜 아이를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둘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째 생각을 ‘멈칫’하게 된 건 불혹을 코앞에 둔 내 나이였다. 둘째를 내년에 낳는다 해도, 둘째가 성인이 되기 전에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출산의 최대 리스크는 ‘돈보다 나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혼 시기가 지금보다 빨라져야 한다. 일찍 결혼해야 부부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 먼저 생기고, 둘째 또는 셋째를 육아할 시간이 생긴다. 출산과 육아 지원을 유지하면서 청년들의 결혼 동기를 키우는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2억원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은 어떨까. 아이 하나를 낳으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둘을 낳으면 원리금의 절반을, 셋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주는 것이다.

다소 자본주의적인 관점이지만, 이 같은 지원이 있으면 청년들은 경제적인 이득과 내 집 마련 기회 확보 차원에서 결혼을 서두를 것이다. 지난해 20만 쌍이 결혼했는데, 이들 부부가 모두 아이 둘을 낳는다고 가정하면 총 20조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20조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지난해 총 예산(약 657조원)의 3% 수준이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만 줄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김범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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