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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대선공약에 일그러진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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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6 23:15:17 수정 : 2025-05-06 2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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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변동없는 주 4.5일제 실현될까
근로시간 개편 포퓰리즘적 접근 안돼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에서의 승리를 겨냥한 선거공약들이 남발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촉발된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해 지속적인 우리나라의 성장과 발전에 더더욱 필요해진 노동개혁이 뒤로 갈 위험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주 4.5일 근무제 기업 지원, 포괄임금제 개선, 연차휴가 저축제도 도입 등을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보장하고 생활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을 챙기는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중순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를 정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정근로시간 유지, 주 52시간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의힘의 주 4.5일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소득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 4.5일제 공약과는 다르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민주당이 입법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주 4일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선에서 청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정책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초기 여야 합의로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OECD 국가 중 최장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전기를 마련하였으나 너무나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대외지향적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여 제도 도입 초기부터 개선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사회적 대화가 지연되자 문재인정부가 2019년 말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을 사실상 1년6개월 유예하고 특별연장근로의 허용 사유를 확대한 것, 그리고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1년 4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주도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정산기간을 확대한 것에서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주 52시간제가 우리 현실에 너무 성급하게 도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로시간을 너무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우리보다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규제하고 있고 주 35시간제인 프랑스에서는 50인 미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주 4.5일제 도입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심각한 문제인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노조에 의해 보호되고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렸으나 많은 근로자가 추가근무 단축에 따라 소득이 줄어들어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여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되 제도 개편으로 인한 임금상승은 없도록 하겠다는 국민의힘의 공약도 주 5일제, 주 52시간제의 도입 경험에서 보면 실현되기 어렵다. 수천억원의 국민세금을 투입하여 해결하였던 2018년의 ‘버스대란’도 결국은 노동계의 압력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하고 해결되었다.

비정상의 우리나라 근로시간제도를 정상의 궤도로 올려놓으려 했던 노동개혁으로 추진되었던 윤석열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주 69시간제’의 덫에 걸려 좌초된 바, 일단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개편하는 것은 어렵다.

올해 초에 연구직에 한하여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인정해 주자는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노동계의 압력에 굴복한 민주당이 마지막 순간에 입장을 선회하여 무산된 바 있다.

대선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서, 지지세력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도체특별법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였듯이 근로시간제도의 개편을 노동개혁의 기조에서 접근하여야 우리나라가 더욱 격해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근로시간제도와 맞물려 있는 포괄임금제도 개편안을 노조편향적이었던 문재인정부에서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소기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약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심도 있고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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