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선거와 시민 저널리즘

관련이슈 김정기의 호모 커뮤니쿠스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6-01 23:02:21 수정 : 2025-06-01 23:02:21

인쇄 메일 url 공유 - +

21대 대통령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되는 지난달 27일까지의 각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승부는 결정된 듯이 보인다. 그래도 선거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블랙홀 같은 드라마이니 기다려볼 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두루뭉술한 공약의 나열엔 실망이 컸다. 디테일과 재원 조달 방안이 빠진 말의 성찬은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도 모호했다. 가장 분명한 건 오가는 말들의 사나움이었다. 폭력적인 말의 백병전으로 자욱한 포연에 숨이 막혔다. 혐오와 증오의 말들이 선거 때마다 우리 공동체에 저주 같은 상처를 내는 건 불행이었다.

이번 대통령선거 보도도 많은 부족함을 노출했다. ①후보자 지지율 비교 중심의 경마 저널리즘, ②입후보자가 만든 의제(agenda) 위주의 보도, ③정당의 홍보전략을 옮기는 보도, ④공약에 대한 부실한 검증, ⑤이벤트와 사건을 부각하는 일회성 흥미 보도가 그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유권자인 시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에 대한 각 후보자의 입장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층 비교분석 보도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나라의 미래 살림살이와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바람에 구체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후보자의 생각과 정책을 꼼꼼히 비판적으로 살피는 보도가 필요했다.

선거 보도에서 후보자가 제시하는 의제를 따라가는 보도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90년 미국 캔사스주 ‘위치타’시에서 발행되는 신문(‘The Wichita Eagle’)은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들이 제기하는 이슈를 조사하고, 그 이슈에 근거하여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선거 보도를 시도했다(‘Imaging public journalism’, Merritt & Rosen). ‘시민 저널리즘’으로 불린 새로운 선거 보도는 세계의 많은 신문과 방송의 호응을 받았다.

유튜브처럼 개인화된 미디어와는 다른 취재 보도 체제를 갖춘 ‘레거시 미디어’는 선거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민 의제’ 중심의 취재와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이 주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보를 지닌 ‘유식한 시민’(informed citizen)을 배양하는 역할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저널리즘의 전통과 신조(working credo)를 이어가야 한다. ‘레거시 저널리즘’이 이 같은 선거 보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포함하는 혁신적인 공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고은 '깜찍한 볼하트'
  • 김고은 '깜찍한 볼하트'
  • 엔믹스 설윤 '깜찍한 꽃받침'
  • 엔믹스 배이 '시크한 매력'
  • 김소현 '심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