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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당선인, 분열 치유하고 통합으로 재도약 이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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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4 02:19:23 수정 : 2025-06-04 02: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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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권력 민생·경제 회복에 쏟아야
동맹 요구·국익 조화시킬 전략도 필요
(인천=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5.6.3/뉴스1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다. 주권자인 국민은 비상계엄 선포 6개월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엄중히 단죄했고 새 정부를 탄생시키며 한국 민주주의가 약동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였다. 이 당선인의 승리는 12·3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집권세력 심판 여론에 기인한 바 크다. 이 당선인의 ‘사법 리스크’나 ‘절대 권력’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길 수는 없었다. 비상계엄 사태는 대통령이라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의 지배’ 원칙을 새삼 일깨우며 조기 대선으로 일단락됐다. 이 당선인은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겸허한 자세로 민주주의 헌정체제를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

계엄과 탄핵 와중에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져 갈등했다. 이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갈등, 혐오하는 ‘반(半)통령’이 아니라 통합하고 화합하는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한다”며 “정치 보복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역대 대통령마다 식언(食言)으로 끝난 대표적 공약이 통합 약속이다. 이 당선인의 통합 행보엔 난관이 많을 것이다. 지지층의 반대에도 가로막힐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대통령은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까지도 포용해야 하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 달라. 진영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가 되어 달라. 정의를 표방한 수사라 하더라도 법리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만 진행돼야 한다. 통합하려면 이 당선인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 당선인은 ‘1987년 체제’에서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력을 보유하게 된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당선인에게 90% 가까운 표를 몰아줬다. 당내 비주류는 고사 상태다. 입법부를 장악한 171석의 민주당은 이 당선인과 한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당선인을 지지한 국민 속에도 이재명정부가 독주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민주당이 대법원을 거칠게 압박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걱정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헌법의 수호자가 될 이 당선인은 절제된 권력행사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여대야소 구도는 여권이 국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정치 환경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자 대통령 권력을 야당과 나누는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대야소 기회를 선용하면 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 소수 야당과도 협치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정치는 변하지 않는다. 국민이 위임한 압도적 권력은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개혁과 혁신을 이루는 데 온전히 투입해야 한다.

격변기에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된 이 당선인에게는 정권 인수 기간도 없다. 반세기 넘게 지속해온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해 가면서 통상과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경제 회복과 체질 개선이 급선무다. 저성장이 만성화한 데다 통상 압박 등 외부의 도전도 거세다. 매년 100조원 안팎의 재정 적자가 나고 있는데 올해는 0%대 성장률이 예측됐다. 저성장 국가는 복지 재원도 일자리도 만들어내기 힘들다. 저성장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왕도는 없다. 뼈를 깎는 규제·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이번 선거에서도 선심성 공약이 많았다. 성장과는 거리가 먼 법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재고해야 한다.

이 당선인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기조는 중국 견제를 강화해 가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우리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 전략을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 당선인은 ‘외계인 침공’에 비유했지만,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도 “실재하고 임박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차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벌써 미국과 발을 맞추고 있다. 주한미군 문제만 해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부터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영역 변경, 감축 등이 한·미 협상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동맹의 요구와 국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통상·안보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 갈등과 대결의 정치를 마감하고 권력 분점, 대화와 타협의 시대를 개막시키길 바란다. 앞선 대통령들은 선거 때마다 개헌을 약속하고도 실천하지 못했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헌을 약속했다. 이 공약을 지켜 ‘7공화국’의 기초를 닦는다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대통령으로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집권하자마자 국회 개헌특위를 가동해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둘러 주길 바란다.

이 당선인은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로 우리 앞에 닥친 위기가 엄중하다.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나라의 재도약을 이루고 박수를 받으며 하산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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