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양국 관계 첫 시험대
美에 ‘공정한 파트너’ 인식 심고
FTA 지키는 등 실리 확보 절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가시화 속
안보 최우선 목표 놓고 대응 필요
남북 소통도 진정성·득실 따져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5개월여 동안 한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한·미 정상외교는 정체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갓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이에 따라 각계의 실무라인이 움직이게 되면 양국 간 과제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협력, 관세 등 무역 문제, 북핵 등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변화 방향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트럼프 행정부와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역 협상이다. 적용 중인 10% 관세 외에 7월8일까지 유예된 추가 상호관세 25%를 낮추기 위한 협상이 진행돼 왔으며 최종 결정은 이 대통령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미가 동맹관계의 자산으로 여겨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켜낼 수 있을지, 한국의 국익을 지키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공정한 무역 파트너’로 인식될 수 있을지가 트럼프 대통령 시기 새로운 양국 동맹의 성패를 결정할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적극적으로 미국에 투자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이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변수다. 조선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에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반도체과학법 등을 통해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활용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압박이 동맹국들에게 가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통화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과 방위비 분담 문제를 연계하려 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 문제,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혹은 감축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기 이재명정부가 맞닥뜨릴 한·미동맹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당국자로부터 주한미군이 단순히 북한 방어를 넘어 대중국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발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감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당국이 주한미군을 비롯해 해외 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한반도 안보를 최우선 목표에 놓되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대응 방식을 놓고 고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북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미국 및 주변국을 움직여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는 섬세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보는 한편, 평화지상주의적 접근이 북한에게 역이용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일단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러 밀착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트럼프 1기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전략적으로 남북관계 단절을 택했다는 점에서 평화적 접근이나 남북 교류협력의 조기 활성화 시도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부원장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과 대미협상을 통해 한국을 고립시키고 대남 군사 우위를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유화적 대북정책으로 북한이 진정한 화해 협력을 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평화적 민족 간 관계로 전환하는 핵심은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으로서는 한국과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그게 가능한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 등에서 안보 이익을 얻어내는 모습이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 힘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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