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만명은 성실히 빚 갚아
“도덕적 해이 유발할 수 있어”

이재명 정부가 장기 연체 채무자 113만명의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까지 동일한 조건에서 빚을 전부 상환한 채무자가 361만명에 달해 먼저 빚을 갚은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2025년 4월까지 7년 이상 연체 5000만원 이하 개인 및 소상공인 채무 상환 내역’을 보면, 채무를 모두 상환한 채무자는 361만2119명이다. 이들이 상환한 채무 금액은 총 1조581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51만4552명(1844억3000만원), 2021년 59만3508명(2098억원), 2022년 67만8428명(2166억5000만원), 2023년 72만340명(2003억600만원), 2024년 79만1661명(1891억4000만원)이며 올해 들어 4월까지 31만3630명(578억원)이 빚을 갚았다.
채무 상환자수 기준으로는 여전업권이 289만9433명(80.3%/4174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환금액 기준으로는 대부업권이 5607억9000만원(53.0%/57만7346명)으로 가장 많았다.
채무 상환자들은 정부가 2025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으로 추진하는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의 사업 지원 조건과 동일한 조건이다.
정부는 올해 3분기 내 5000만원 이하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한 새로운 채무조정기구(이른바 배드뱅크)가 금융회사로부터 해당 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상환이 불가능한 채무를 가려내 없애주는 방식이다.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정리해 경제 활동이 중단된 채무자의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 같은 조건에 속하는 113만4000명이 채무 상환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지만, 강 의원실에 따르면 동일 조건 채무자 361만명은 채무를 자력으로 상환한 것이다.
현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각 금액 한도도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5000만원 한도로 올라갈수록 채무 인원과 금액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0만원 이하 채무자의 채무액은 9조8000억원으로 전체 채무액(16조4000억원) 중 과반(60.1%) 이상을 차지하는 데 반해 4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 채무자의 채무액은 1조4000억원(8.4%)에 그쳤다. 채무액이 5000만원인 채무자들은 1000명으로, 총 채무액도 1억원(0.3%)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 추경 사업은 채무에 대한 자기 책임 원칙을 무너뜨리고 성실하게 빚을 갚은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해 빚을 안 갚으면 언젠가는 정부가 갚아주겠지라는 도덕적 해이를 사회 전반에 심어줄 수 있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가가 개인의 도박 빚을 탕감해주는 사례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형평성과 재정 건전성, 지속가능성을 모두 흔드는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도 “국가가 빚을 내서 민간의 빚을 갚아주는 것이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빚 탕감 정책을 쓴 이후 은행 연체율이 올라가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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