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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 철수와 금순이네 피난 일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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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8 13:59:03 수정 : 2025-07-08 15:45:39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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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개봉해 1400만명 넘는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국제시장’의 첫 장면은 6·25 전쟁 도중의 흥남 철수작전을 재연한 것이다. 1950년 9월 인천 상륙작전 성공 후 한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은 38선을 넘어 파죽지세로 북진했다. 북한 영토 거의 대부분을 점령해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던 그해 11월 북한을 돕기 위한 중공군 개입이 본격화했다. 함경도 일대에서 대규모 중공군의 벽에 막힌 국군과 유엔군은 1950년 12월 15∼24일 열흘간 흥남 항구를 통해 바닷길로 철수했다. 군인들과 더불어 10만여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도 남한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당시 배에 오르지 못해 북한에 남은 이들은 남한으로 간 가족과 헤어져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작전 당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6·25 전쟁의 포성이 멎은 1953년 가수 현인이 발표한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는 순식간에 유행가가 되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의 배경이 바로 흥남 철수작전이다. 당시 배에 타지 못한 여동생 ‘금순’과 헤어져 홀로 한국 부산에 온 어느 실향민의 눈물겨운 사연을 가요에 담았다. 부모는 진작 잃고 하늘과 땅 사이에 동기(同氣)라고는 두 남매뿐인데 생이별을 하게 되었으니 그 슬픔이 오죽하랴. 하지만 분단된 한반도에서 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통일을 기원하는 것뿐이다. ‘금순아 굳세어 다오/ 남북 통일 그날이 되면/ 손을 잡고 울어보자/ 얼싸안고 춤도 춰보자’라는 가사의 마지막 구절이 심금을 울린다.

 

공교롭게도 노래 속 금순의 오빠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이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라는 가사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일과 중에는 시장에서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저녁만 되면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고달픈 신세다. 영도 다리 부근에 앉아 난간 위로 떠오른 초승달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하소연한다. 영화 ‘국제시장’과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가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라 하겠다.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로 북적이는 부산 국제시장 모습.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가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 동반 가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는 25일 시작해 8월 9일까지 3주간 운영할 프로그램은 크게 △금순이네 피난 일기 △내가 만드는 평화의 광장 △강철 심장, 우리의 대형 무기 3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흥남 철수작전 이후 한국에 정착한 북한 피난민들의 삶을 다룬 ‘금순이네 피난 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비록 가공의 인물이지만 금순이 북한에서 생존해 있다면 80대 후반이거나 90대일 것이다. 살 날은 얼마 안 남았는데 통일은 기약이 없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이 이산가족의 비극에 공감하고 왜 꼭 통일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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