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혈액 속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세 종류의 혈액세포가 있다. 이들 세포는 저마다 수명이 있어 때가 되면 죽고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건강한 사람이 일정한 혈구 수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들이 정상적인 혈액세포로 분화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며 죽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혈액 속은 이 미성숙하고 비정상적인 세포, 즉 ‘암세포’로 꽉 메워진다. ‘백혈병’의 시작이다.

백혈병은 암세포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골수에서 발생하면 골수성백혈병, 림프구에서 발생하면 림프구성백혈병이다. 또 병의 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 만성으로 구분된다.
소아에게도 백혈병이 나타나는데, 95%가 급성이다. 골수성이 흔한 성인과 달리,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대다수인 점도 소아백혈병의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백혈병으로 진료받은 10세 미만 환자는 지난해까지 한 해 평균 1000명∼1200명 정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나 소아백혈병에 대해 알아봤다.

―백혈병 발병 과정을 설명해달라.
“혈액은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골수가 악성세포들로 꽉 찬다고 생각해보자. 정상적인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의 수가 다 떨어지게 된다. 적혈구가 부족하면 빈혈 생기고, 혈소판이 떨어지면 지혈에 관계되는 문제가 생긴다. 실핏줄이 터지고 출혈이나 멍, 코피 등이 잘 나게 되는 것이다. 백혈구는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 체계인데, 이게 떨어지면 감염에 취약하게 되고 열이 굉장히 오래가거나 해결이 안 되는 방식이다.”
―소아백혈병 주요 증상은.
“창백한 얼굴, 빈혈, 활동성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감염에 취약하고 열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보통 건강한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일주일 내에 해열이 되는데 이 열이 2주가 넘도록 해결이 안 되거나, 해결된 것처럼 보이다 다시 열이 나는 양상을 반복한다. 이 경우 혈액 검사하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멍이 잘 든다. 코피가 나는데 잘 멈추지 않거나, 갑자기 몸에 작은 출혈이나 반점 등이 많이 나고 멍이 크게 든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혈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나타나는 경우다. 병이 진전되면 통증도 나타난다. 백혈병 세포들이 머리 쪽으로 가면 압력 때문에 두통이 생긴다.”
―소아백혈병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성과 함께 방사선이나 벤젠, 중금속 등과 같은 화학약품, 약물 등이 꼽힌다. 일부 질환의 특성에 따라 백혈병 발생률이 높은 질환도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명확하게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령대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르다고 들었다.
“예우가 가장 좋은 시기는 만 1세에서 10세 미만의 소아다. 이 나잇대를 표준 위험군이라고 부른다. 만 1세 전과 만 10세 이상 생존율을 각각 50%, 60%로 보고 있는데, 이 표준 위험군의 생존율은 95% 정도다. 이 때문에 소아백혈병을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치료 후 재발 우려는.
“백혈병 재발이 얼마나 될까를 놓고 저위험군, 표준위험군, 고위험군, 초고위험군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저위험군은 만 1~10세 미만에서 백혈구 수치가 낮을 경우인데, 이 경우 재발 우려도 10%로 낮고, 재발하더라도 95% 이상이 생존할 정도로 예우가 좋다. 표준 위험군의 재발 가능성은 10~20%, 생존율은 90% 정도로 보면 된다. 고위험군은 20%, 초고위험군은 40%의 재발률을 보인다. 재발하더라도 치료 후 3년이 지난 경우라면 대부분 이후 항암치료 효과가 좋다. 다만 치료 중에 재발하거나 치료 후 3년 안에 재발하면 좀 더 강화된 치료가 필요하거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이란.
“일반적인 항암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으면 강도가 훨씬 센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경우 자기 혈액세포를 다 없앨 정도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의 세포를 넣어줘서 대신 회복을 시켜주는 방법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새로 들어간 세포가 환자의 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염증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손발톱 변화, 황달, 피부 발진, 설사, 탈모, 폐 섬유화, 소화불량 등 여러 장기에 면역 반응이 급성으로 나타나서 몸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은 위험도에 따라 60~80% 정도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 있나.
“최근에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 전에 백혈병 세포가 얼마나 적게 있느냐에 따라서 이식 성공률이 좌우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식 전에 최대한 이 수치를 낮추려고 하고 있고, 이를 낮추기 위한 면역세포 치료나 표적 치료제 등이 다양하게 개발돼 쓰이고 있다. 이들 치료제 개발로 치료 성적이 좋아지며 이식하지 않아도 완치가 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만 1~10세 미만 소아의 경우엔 치료 성과가 좋기 때문에 완치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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