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AI)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데이터·인재·에너지 세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력 가격에 시장 원리를 도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8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의 ‘AI 토크쇼’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SK에서 그렇게 크지 않은 데이터 센터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만들었는데, 직접 가보면 ‘거의 발전소를 짓네’ 하게 된다”며 “지하에 내려가면 다 발전소다. 엄청난 기계가 들어가고 이를 백업하기 위한 발전 시설이 필요하고 한전에서는 엄청난 형태의 에너지가 들어와야 하고 UPS라고 비상 전원용 배터리를 엄청 갖다 놔야 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는 완전히 전력을 잡아먹는 하마”라며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85%가 전기요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지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발전소에서 가까운 곳은 싸져야 하고 멀수록 비싸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자유화 이전 옛날에는 전국 기름값이 똑같았지만 지금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나. 동일한 전기요금을 똑같이 계속 받겠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로 인한 물가상승 등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전력 안에 시장 형태를 들여오지 않으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AI 활성화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로 인재 유출 방지와 고급 인력 수입을 들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지금 성장을 못 하는 이유 중 제일 큰 게 두뇌 유출”이라며 “우리나라에 두뇌를 계속해서 유입시켜서 경제 활성화를 하고 내수 시장도 만들어야 선순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거점 지역이나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업들의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위한 규제 혁신과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AI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가 들어가야 하는데, 남의 데이터는 갖고 싶지만 내 데이터는 주고 싶지 않은 상황이 항상 있다”며 “이런 관계에선 더 이상 진화는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등 시너지를 통한 경쟁이 계속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더 좋은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이같은 난제를 모두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메가 샌드박스’ 도입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모래 상자를 갖고 마음가는 대로 놀 듯 일정한 틀(지역) 안에서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혁신 사업자에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서 이름을 따왔다. 최 회장은 “아이들이 갖고 노는 모래상자가 돼서 옷을 버리든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그런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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