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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나만 살자’는 뇌 구조 바꿔야 정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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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2 23:02:02 수정 : 2025-07-22 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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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 위협 감지에 특화된
편도체 중심의 생존형 정치 탈피
윤리적 판단·공감회로 담당하는
전전두엽 활성 정치로 바뀌어야

정치 뉴스가 싫다. 아니, 이제는 듣기조차 지겹다. 매일같이 “특검” “반란세력” “계엄” “공천 개입” 같은 단어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한다. 가끔은 내 귀를 의심하게 된다. 경제 위기, 안보 불안,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허덕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싶다. 그러나 정치판은 여전히 조선시대 붕당 싸움처럼, 혹은 군사정권 시절 계엄령 협박처럼 퇴행적이다.

국민은 더 이상 ‘국민의힘’이 반복하는 구태 정치에 지쳐 있다. “보수를 살리자”, “우리가 자유와 법치를 지키자”는 말은 이제 공허하다. 보수가 지켜야 할 것은 원래 ‘질서’와 ‘법치’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철학 없는 정책과 인사, 그리고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계엄령 문건까지 등장시켰다. 이 정권은 보수의 핵심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정권이다.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석좌교수

총선에서 국민이 야당에 국회를 맡긴 것은 단순한 전략 실패 때문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결과는 지난 정권에 대한 누적된 분노와 실망이 폭발한 것이다.

국방장관 청문회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던 인사를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호주 대사로 임명한 장면은 결정적이었다. 야당과 언론이 연일 비판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 수도권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이어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졸속 정책은 국회 권력 구도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총선 참패 이후다. 계엄 문건이라는 시대착오적 해법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이들이 보수의 기본인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거에서 졌다면 깨끗이 승복하고 물러나는 것이 보수가 강조해 온 ‘법치’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국민이 선택을 잘못했다”며 훈계하듯 계엄을 검토했다. 표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을 뒤엎을 방법부터 찾은 것이다. 이쯤 되면 정치적 몰염치는 물론 보수의 이름으로 쌓아온 모든 가치까지 훼손한 것이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반성은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권의 철학 없는 정책, 부적절한 인사, 계엄 논란이 당을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 위에 구조적 개혁이 따라야 한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지만, 그 첫걸음은 중진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다음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것도 두세 명 이름만 올리는 ‘쇼’로는 안 된다. 다수의 중진 의원들이 일괄적으로 용퇴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국민의힘이 정말 달라지려는구나” 하고 다시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래야 수도권의 유능한 청년과 전문가들이 ‘새로운 보수’의 얼굴로 등장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보수의 재건’이 가능해진다.

이 문제는 단순한 정치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뇌 작동 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힌 정치인은 위협 감지에 특화된 ‘편도체(amygdala)’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로 정치를 한다. 반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을 우선하는 리더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측두두정접합부(TPJ) 같은 윤리적 판단과 공감의 뇌 회로가 잘 작동하는 사람이다. 결국 진정한 정치는 원초적 생존 본능을 넘어서 타인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뇌의 성숙’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판은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편도체 중심의 생존형 경쟁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 생태계의 뇌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정당 구조는 경쟁과 분열, 단기 이익을 강화해 왔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고, 공감과 책임, 장기 비전이 작동하는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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