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관, 유리 등 거르는 절차 생략
입형 파악도 육안으로 확인 그쳐
과거 비소 검출돼 판매 중단 사례
지난해 우리 정부가 국내로 들어오는 미국산 쌀(현미)의 품질검사 과정을 살펴본 결과 미국 측이 주먹구구로 검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료에서 ‘돌’만 검정할 뿐 ‘유리’나 ‘쇳조각’ 등을 거르는 절차가 매뉴얼에서 생략됐고, 안전성 이슈가 있어 중요 품목 정보에 해당하는 쌀의 입형(모양과 형태) 역시 미국 측 검정기관은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그쳤다.
29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2024년분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쌀 선적지(미국) 검정실태 조사 출장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관계자 4명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TRQ 수입쌀을 검정한 결과 다수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현재 한국은 5%의 낮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TRQ 수입쌀에 대해 국가별 쿼터를 부여하고 있다. TRQ 물량 40만8700t 중 미국은 13만2304t으로 중국(15만7195t)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TRQ 물량을 초과하는 쌀에 대해서는 고율(513%)의 관세가 부과된다.

보고서를 보면 미국 새크라멘토에 있는 현지 검정기관(OMIC)은 시료 3㎏에서 ‘돌, 토괴, 플라스틱, 유리, 쇳조각’ 등 모든 고형물을 검정해야 하는데도 업무 매뉴얼에는 ‘돌’만 검정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또 계측기기로 쌀의 길이와 폭을 측정해 입형을 검정해야 하지만 현지 검정기관은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미국산 ‘장립종’ 쌀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현지 소비자단체의 발표가 나오자 정부는 미국산 쌀의 수입 입찰과 국내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장립종’ 쌀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쌀의 입형을 파악하는 건 중요한데 이 절차가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 측은 우리 정부에 미국산 쌀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TRQ 쿼터 내 미국산 쌀은 가공용·사료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지만, 저품질 논란 우려 속 쌀 개방이 확대될 경우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미국산 쌀의 안전성 문제를 부각하면서 관세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이 부족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쌀 수입량을 늘리는 것은 힘에 굴복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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