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술 제도적 지원 활발
과학적 검증 충분한지는 의문
장기 추적 연구 등 대응책 필요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아이(A.I.)가 상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영화는 한 부부와 불치병에 걸려 냉동인간이 된 친아들 대신 입양한 아동형 로봇인 데이비드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시에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AI로봇이 이제 실제로 인간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는 초저출산 시대 노동력 부족의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 재생산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AI로봇만으로 사회나 국가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거나 거의 소멸되어 AI로봇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세상은 삭막하고 공포스러울 것이다. AI로봇의 높은 생산성도 인간을 위해서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생산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출산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불임·난임 또한 초저출산 현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자신의 아이를 갖기를 희망하나 출산하지 못하는 불임·난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불임·난임 환자 수는 2018년 34만8960명에서 2023년 37만9059명으로 8.6% 증가하였는데, 이는 연간 출생아 수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이다.
난임 환자가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고자 하는 희망은 보조생식기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ART) 발전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ART는 시험관 아기 시술(시험관 내 수정 및 배아 이식, 난자 세포질 내 정자 주입 등)과 시험관 아기 시술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생식세포의 냉동 보존, 기증, 착상 전 유전자 검사 등)를 포함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내분비학 교수인 애담스와 그의 동료들이 2023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1978년 이래 전 세계적으로 ART를 통해 약 1000만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미래에 불임·난임으로 인한 재생산의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즉 불임·난임 문제 해결 없이 초저출산 현상 극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불임·난임 문제 해소를 정부의 주요 과제로 채택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ART 관련 의료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난임으로 판정받은 부부들이 ART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법제적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난임 시술비에 대한 여성 연령 차등 지원을 폐지하였고 소득 기준에 따른 차등 지원도 철폐하였다. 최근에는 의학적 사유로 영구불임이 예상되는 경우뿐 아니라 장래 임신·출산을 위해 가임력을 보존하려는 미혼 남녀의 생식세포 동결보존 비용까지 지원을 확대하였다. 그만큼 아이를 출산하려는 희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선택의 길을 넓히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확대는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하고 결혼과 출산의 전통적 틀이 계속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의 권리보다 여성의 생식 자율권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확대 속도에 비해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ART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 등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대다수의 난임 여성은 고령 산모이거나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ART 사용이 산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원만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ART 사용 여성이나 그로 인해 출산한 아이들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 등을 수행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들이 관철될 수 있을 때 ART가 미래 재생산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 재생산은 모든 생산의 근원이다. 미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여 AI로봇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재생산을 위협하는 불임·난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ART 발전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초저출산·초고령사회에의 성공적인 연착륙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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