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출동’ 내부 규정 위반
마지막 무전서 “추가 인원 필요”
파출소 동료 등 대상 진상조사

갯벌에 고립된 중국 국적 70대 노인을 혼자서 구하려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34) 경사(추서 계급)가 사고 전 파출소에 추가 인원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인 출동’이라는 내부 규정 위반과 상급기관 늑장 보고가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무전 기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2시7분 드론순찰 업체 신고를 받고 혼자 현장에 출동한 이 경사는 신고 접수 9분 뒤 첫 무전을 했다. 그는 파출소에 “꽃섬에 혼자 있는 요구조자가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며 “아예 주저앉아서, 직접 가서 이탈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경사는 첫 무전 26분 만인 오전 2시42분 “현재 요구조자 확인,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추가 인원 투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물이 차올라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면서도 “일단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답했다. 담당팀장은 “(인천해경)서에 보고하고 같이 상황에 대응하자”고 물었으나 일단 이동하겠다는 이 경사의 말에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경사는 이날 오전 2시56분 “물이 허리 정도까지 차고 있다”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무전에 등장하지 않았다. 파출소 측은 이 경사와의 마지막 무전 18분 뒤인 오전 3시14분 이 경사 이름을 부르며 무전을 시도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경사는 결국 실종됐다가 이날 오전 9시41분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정황도 포착됐다. 해양경찰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 따르면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2명 이상 탑승이 원칙이다. 그러나 당시 이 경사는 홀로 순찰차를 몰고 파출소를 나섰다. 진상조사단은 이 경사와 함께 근무한 영흥파출소 동료 등을 대상으로 이 경사가 혼자 출동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 경사가 현장으로 나간 지 80분 만에 상급기관 상황실 보고가 이뤄지는 등 늑장 대처도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경찰관이 출동할 경우 상급기관에 곧바로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인천해경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이 변을 당한 이 경사 행적을 인지한 시점은 이 경사가 현장으로 나간 지 80분이 지난 11일 오전 3시30분으로 전해진다. 한 해경 직원은 “파출소는 무엇이 두려워 상급기관에 보고 없이 상황을 처리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중부해양경찰청장 장(葬)으로 치러지는 이 경사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30분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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