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발생한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은 이은해가 보험금을 노리고 남자친구와 공모해 남편을 계곡에서 물놀이 사고로 위장해 살인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초기 관할 경찰서는 단순 사고로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유족·지인들의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은 보험 사기 미수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전면 재수사를 벌여 살인미수 혐의를 밝혀내 재판에 넘겼다. 이은해는 2023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2022년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비슷하다. 사건 초기 경찰은 가해자에게 단순 ‘중상해’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한 끝에 가해자의 혐의를 ‘강간살인 미수’로 변경해 기소했다. 가해자는 2023년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검사가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2021년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 이후 도입된 제도다. 경찰 수사를 견제·통제하는 장치다. 하지만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후 검찰은 직접 수사가 제한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게 됐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2023년 수사준칙을 개정해 보완수사권을 부활시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권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청 폐지법을 강행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애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보완수사권이 유지되면 검찰이 언제든 다시 수사권을 복원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나올 만큼 논란이 뜨겁다. 검찰과 야권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검·경이 사건을 떠넘기는 핑퐁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부작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가 보완수사권이다. 국민 입장에선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가 아무리 부실해도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검찰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면 절차와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면 될 일이다. 수사권 조정은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 편익을 우선해야 한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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