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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칼럼] 환율 안정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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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8 22:53:52 수정 : 2025-09-28 22: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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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협상 지연 탓 환율 상승세
조기 타결로 불안 해소 급선무
내수 진작·외국 투자 적극 유치
제도개혁도 나서야 위기 극복

폐쇄경제에서는 금리가, 개방경제에서는 환율이 중요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입물가가 올라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높거나 자본 유출 우려가 큰 나라에서는 급격한 환율 상승을 경계한다.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10원선을 넘으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인하로 다른 나라 환율은 낮아지는 추세인데 한국만 환율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외국인 주식매도가 늘어나면서 종합주가지수(KOSPI)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환율이 오르는 배경을 보면, 미국과의 통상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직접투자의 규모와 방식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고 자본 유출도 더욱 늘어나면서 환율이 급속히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또 다른 배경은 내국인의 미국 주식투자 증대로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호황을 보이고 반면 한국과 중국경제가 저성장으로 침체되면서 국내에서 미국 주식투자가 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은 증가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역구조는 크게 변하고 있다. 부품과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해 완성품으로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던 구조는 미국에서 완성품을 직접 조립하는 형태로 변경되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한 반면 대미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200억달러대에 있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556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관세정책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한국경제는 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무역수지 악화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과 환투기 공격으로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유연한 협상력으로 통상협상을 타결해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내수가 부양될 경우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어 자본 유입으로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 수출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내수 회복은 필요하다.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도 중요하지만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재정 여력은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국가부채 증가와 재정건전성 악화를 경고하고 있다.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타 산업과 연관 효과가 크고 비숙련노동자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건설경기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수도권 저소득층 거주지역에 교통, 유통, 교육 인프라 확대에 재정투입을 늘릴 경우 내수 진작과 경제적 불평등 완화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개혁으로 기업투자를 늘리고 외국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주식투자가 늘어나면 외환 공급이 늘어나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규제 완화는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노동, 조세 등 각종 투자 관련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디지털화로 투자와 생산 그리고 유통까지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외국보다 과도한 정부 규제나 과세제도와 불합리한 노동제도는 외환을 유출시키고 유입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다. 정책당국은 달라진 무역과 투자환경을 인식해 제도개혁으로 외국 투자를 유치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한국경제는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침체와 금융부실 확산 충격에 대외적으로는 수출 감소와 환율 상승 충격에 노출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도록 내수 진작과 통상협상 타결을 통한 환율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은 정책당국의 신중한 정책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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