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일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장 초반 1420원대로 급등했다. 대미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데다 엔화와 위안화 약세 등이 겹치며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이후 8일 만에 다시 열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59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21.0원 뛴 1421.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월 2일 장중 1440.0원까지 오른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휴 기간 한때 역외 거래에서 142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흐름이 이날 시초가부터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0원 오른 1423.0원으로 출발한 뒤 횡보 중이다. 환율은 지난달 말 정규장에서 1400원을 넘어선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반면 주요 6개국(EUR, JPY, GBP, CAD, SEK, CHF)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37로 전일보다 0.14 하락했지만, 추석 직전 종가(97.88)보다는 크게 높아졌다. 달러인덱스는 1973년 3월을 기준점 100으로 잡고 100보다 높을 경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가 높아진 것이고 반대의 경우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실질적 원화가치 하락은 더 크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처럼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대미투자 불확실성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통상협의에 따른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현금·선지급’을 요구한 가운데, 후속협상 타결이 늦어지며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액을 높게 유지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미투자 현금 지급 압박은 원화에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연휴 중인 지난 4일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지만, 의견 교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엔화 약세도 원화 약세 흐름을 부추겼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아베노믹스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9.63원으로, 직전 거래일(951.35원)보다 21.72원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153.12엔으로 지난 7일 이후 150엔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 약세를 바라보는 국내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이지만 기축통화에 속하지 않는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달러 패권과 미국발 충격의 글로벌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입 대금을 달러화로 주고받기 때문에 고환율의 이점이 나타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바라봤다. 물론 일부 수출 기업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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