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과 관련해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될 수 있다”며 쓴소리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감 인사말을 통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에 출석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저에 대한 이번 국감의 증인 출석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감은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뿐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법관은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고, 모든 판결은 공론의 장에서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국회도 과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필요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을 때에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헌법정신과 가치를 확인하는 취지의 관행과 예우 차원에서 그 권한을 자제하여 행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해 본 국정감사에 앞서 미리 위원님들의 서면 질의 등에 충실히 답변드렸고,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 질의에 대한 사법행정적 검토 답변도 신속히 준비해 제출해드렸다”며 “부족한 부분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하거나 국정감사 종료 시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을 종합해 제가 마무리 말씀으로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