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모습 이면 짙은 그림자
선정적이고 잔혹한 콘텐츠 범람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 힘 보태야
카카오웹툰 ‘구독과 좋아요’는 여성 유튜버가 참혹하게 죽어가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퀸비’는 시청자가 보내주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먹는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데, 청국장 푸딩, 취두부 케이크 같은 엽기적인 음식을 먹다가 결국은 농약인 ‘그라목손’이 든 디저트를 삼키게 되고 그 장면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됩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익명성의 뒤에 숨은 그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로 사건에 관계된 방송인들을 욕하거나 비방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시청자들은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구독’과 ‘좋아요’는 계속 올라가 쌓입니다.
네이버 웹툰 ‘수희0’도 상당히 씁쓸한 작품입니다. 예쁜 외모지만 소심한 성격의 K장녀로 중소기업을 다니며 가족까지 부양하는 수희는 우연한 기회에 동생의 게임 방송에 잠깐 나왔다가 반짝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단독 방송을 시작한 수희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방송인이 됩니다. 처음에는 수희의 외모만 보고도 시청자들이 찾아오지만, 점점 그걸로 부족해지자 수희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야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남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제를 끌기 위해 인기 남자 유튜버와 연애 콘셉트로 ‘합방’을 하기도 합니다. 수희는 인기와 후원금 앞에서 타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면서도 그 악순환을 쉽게 끊어내지 못합니다. 마치 중독자처럼.

인터넷 방송과 1인 미디어는 현대 사회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카메라만 있으면 방송인이 될 수 있는 시대, 소위 ‘BJ’나 ‘스트리머’로 불리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대중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붙은 상품 광고도, 유명 영화배우나 아이돌 가수가 아닌 인플루언서나 인터넷 방송인들이 모델로 나오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도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 세계의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는, 그보다 훨씬 어둡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누가 더 강하게, 빠르게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지 경쟁하는 듯한 선정적이고 잔혹한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어디까지가 엔터테인먼트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인지 우리의 가치관은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버 B는 대중적 인물은 아니지만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런 개인 방송인이었습니다. B는 몇 년간 이른바 ‘어그로’를 끄는 방송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생방송 중 다른 방송인에게 살해 협박을 하거나,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거나, 비방하고 성희롱하는 식이었습니다. 수위는 갈수록 심해져서 엉덩이에 불을 붙이거나 성적인 부위를 노출하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가짜 돈을 마트에서 결제하고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는 장면, PC방에서 남의 라면을 빼앗아 먹는 장면, 초등학생의 엉덩이를 때리는 등 누가 봐도 범죄라고 할 만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플랫폼으로부터 무려 백 번이 넘는 영구 정지를 당했지만, 계정을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그때마다 새로운 계정을 파서 방송을 했습니다. 모욕, 명예훼손 등 다양한 죄명으로 고소도 당했지만 그래도 방송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9월, 유튜버 B는 생방송 도중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시청자들이 보는 가운데서 체포당했습니다. 그동안 워낙 말도 안 되는 콘텐츠를 선보여온 B였기에, 처음에는 체포 자체가 연극인 줄 알았던 시청자들이 많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B는 체포에 의하여 구속까지 당했습니다. 이전에 B가 했던 방송 중 하나가 문제였습니다. B는 미성년자 남성을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후원과 채팅에 따라 성적인 언행을 하게 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는데, 이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 및 배포’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 경찰 조사에서 B는 ‘상대방 학생의 동의를 얻었다, 동성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난이고 벌칙이다’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법리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주장입니다. 아청법 자체가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약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에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범죄 성립에 지장이 없습니다. 또한 성범죄는 동성과 이성을 가리지 않으며 ‘장난’이었다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지도 않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는 방송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1원부터 백만원 단위까지 당시 미성년자 성착취 방송에 댓글을 달거나 후원금을 보냈던 수백 명의 시청자, 해당 방송에 동조했던 다른 방송인들까지도 방조죄로 조사 중이거나 조사 예정이라는 발표에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는 “저도 그 방송을 봤는데 어떻게 하나요”라며 찾아오는 상담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라는 생각보다는 “이제야”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입니다. 공영방송 등이 지나친 규제와 검열로 문제가 되는 것과는 반대로, 사설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개인 방송 계정들은 그동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무법천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성인의 권리일 수 있겠으나, 그것이 마약 범죄, 그루밍 성범죄, 음란물 범죄, 심지어 미성년자 성 착취로 이어진다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일반 시청자들이 처벌까지 받게 될지를 떠나서,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기 바랍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플랫폼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범죄 방치’ 또는 ‘범죄 조장’의 책임에 대하여 되새기고 주의할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식입니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는 저질 방송을 몰래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제2, 제3의 유튜버 범죄자들은 계속 등장할 테니까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을 외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지 우리는 다 같이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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