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실상 배제되고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관련해선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전·현 정부 실책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R&D 예산 삭감 진상규명에 주력했고, 국민의힘은 국정자원 화재 당시 컨트롤타워의 늑장 대응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R&D 삭감과 예산 조정 주도자로 최 전 수석을 지목하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를 인정했다. 과기정통부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이 과정을 살펴보는 중이다.
과기정통부가 작성한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과기정통부가 가져온 R&D 예산안에 대해 ‘나눠 먹기’라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고, 최 전 수석은 주요 R&D를 10조원으로 맞추라고 했다.
최 수석은 이후 10조원의 기본 예산에 필요한 예산만 더해가는 ‘벽돌쌓기’ 방식으로 증액을 주도했다는 게 정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주요 R&D 예산은 21조5000억원으로 결정돼 전년(24조9000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배 부총리는 “대통령실에 끌려간 것”이란 노 의원 지적에 동의했다.
국정자원 화재 대응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과기정통부 지시 시점이 엇갈린 데 대해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화재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 3건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과기정통부에 처음 내려왔는데, 대통령실은 그보다 앞선 26일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혀 시차가 발생해서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지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근거 자료를 밝혀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배 부총리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그날 저녁 지시했다”며 “29일에는 실무단 성격의 지시”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정자원 화재 이후 백업이 늦어진 이유로 꼽히는 서버 이중화 문제, 화재 대응, 재난 상황 복구 매뉴얼 등이 부실하게 운영된 데 대한 현 정부 책임론을 연이어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전 정부가 국정자원 관리 예산을 줄였고, 이중화 구축도 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맞섰다.
이재명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150조원 투자를 계획한 것을 두고 구체적인 산출 규모가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재정 건전성 우려도 나왔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AI 투자는 고위험을 수반하는데 국민성장펀드에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끌어다 쓰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고, 배 부총리는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허위조작물에 대해선 오남용 방지책과 AI 기술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 관련 정부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KT가 허위 자료 제출과 증거 은닉 등 정부 조사를 고의로 방해했다고 판단해 2일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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