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라이트’, 부커상 최종 후보
재일동포의 美 생활 등 인생 그려
조부·부친 삶 영향에 韓 역사 주목
한인 이산 문학 관심 고조에 공감
“내 젊은 시절 문화의 샘이었던 유럽이 서울로 대체된 것 같다.”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 중 하나에 오른 ‘플래시라이트(flashlight)’의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56·최인자)는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이산) 문학이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9일(현지시간)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수전 최는 소설을 처음 집필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1990년대엔 ‘아시아계 미국 문학’이 하나의 범주였고 아주 작은 수가 모두를 대표하는 듯한 황당한 상황이었다”며 “그 소수성이 마침내 뒤집힌 것 같다. 한인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해가면서 더는 소외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플래시라이트’는 재일동포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로 일하는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10살 딸인 루이자의 수십년 세월을 그린다.
어릴 적 수전 최에게 한국은 낯설고도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는 “어릴 적 친가 쪽과 단절됐기에 한국과 한국 역사는 내게 미스터리였다”며 “지금도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은 일제강점기와 한반도 역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이는 작품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수전 최의 설명이다. 수전 최는 “이전부터 재일동포에 큰 관심이 있었다. 이 책이 내 가족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족에 대해 알게 될수록 일제강점기가 엄청나게 트라우마를 남긴 일이었다”며 “한반도에서 가족이 겪은 어려움의 핵심 요인임을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수전 최는 또 “할아버지의 경력,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악명 때문에 일제강점기는 내게 더 관심”이라며 “오랫동안 이에 관해 쓰고 싶었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관심이 있었기에 연구를 더 많이 했고 이 책도 그 덕을 봤다”고 부연했다.
수전 최는 ‘한국 문화가 글로벌 현상이 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어렸을 때 한국계란 사실이 부끄럽진 않았지만 연결이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면서도 “아버지는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교육받지 못할 것 같아 한국을 떠났다. 한국이 엄청난 문화적 물결이 되고 세계인이 빠져드는 긍정적인 존재가 돼 기쁘다”고 밝혔다.
수전 최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한국인 교수인 최창씨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텍사스에서 성장했다. 예일대와 코넬대 대학원을 나와 존스홉킨스대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1세대 영문학자·문학평론가이자 친일행적으로 비판받은 최재서다.
한편 부커상 최종 수상작은 다음 달 10일 발표하며 5만파운드(약 9400만원) 상금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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