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경기도·도의회 첫 대법원 다툼…갈등 격화
행감·본예산 심사로 불길 번질 듯…권한 두고 이견?
‘거액 특조금 청탁’…최근 도의원들 잇따라 구속·입건
경기도의회가 의장 직권으로 공포한 ‘조정교부금 배분 조례 개정안’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도 집행부는 도지사 재량인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배분 시기를 명시한 이 조례가 예산 편성 및 집행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도와 도의회가 조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건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도의회 교섭단체에 정책위원회와 소속 공무원을 둘 수 있도록 한 조례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은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 大法院, 2017년 법정 공방에선 도 집행부 손 들어줘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달 2일 조정교부금 배분 조례 개정안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김진경 도의회 의장이 같은 날 경기도보를 통해 해당 조례를 직권공포한 직후다. 이 같은 소식은 추석 연휴 때문에 열흘 가까이 지난 뒤에야 알려졌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재의결된 조례를 5일 안에 공포하지 않을 경우, 의장이 직접 공포할 수 있는데 11대 의회에선 첫 사례다. 앞서 도의회는 2019년 ‘택시산업 발전 지원 조례’ 일부 개정안을 이처럼 공포한 바 있다.
해당 조례에는 도지사가 각 시·군에 지원하는 특조금 지급 시기를 상·하반기 각각 1회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하반기 지급의 경우 도의회 예산 심의를 앞둔 11월 안에 마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양 기관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배분 시기 외에 계획까지 도의회에 사전 보고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도 집행부를 압박했고, 사전 보고를 삭제한 개정안이 수정 발의돼 지난 7월 본회의 의결을 마쳤다. 도 집행부가 재의 요구로 맞서면서 도의회 역시 지난달 19일 재의결에 나섰다.
도의회는 특조금 배분 시기를 구체화해 시·군 재정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반면 도는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른 도지사의 특조금 배분 및 예산 집행권을 침해하는 조례라고 반박한다.
속내는 복잡하다. 도의회가 지급 시기를 못 박은 건 연말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도 집행부가 ‘특조금 카드’를 활용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도의회가 핵심 사업의 발목을 잡더라도, 도 집행부가 특조금을 무기로 반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여기에 도의 반복된 재의 요구가 도의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도의 특조금은 연간 4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시·군 간 재정 격차를 줄이거나 예상치 못한 예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된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과거 일부 도지사가 시·군 단체장과 도의원들을 줄 세우기 위해 악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민선 8기 들어선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조금 배분은 도지사가 원할 때 줄 수 있는 구조이다. 예산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일부 전임 지사들이 예산 배분 등을 도의회와의 협치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 “특조금은 法대로 단체장 재량” vs “시·군 재정 안정성, 예측 가능성 보장”
논란이 커진 건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최근 도내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을 추진한 민간업자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입건된 때문이다. 민간업자는 도의 특조금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청탁했고, 일부 도의원들이 편의를 제공했다는 게 경찰의 수사 내용이다. 이로 인해 도의회는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받는 수모까지 겪었다.
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역시 과거 판례에서 특조금은 자치단체장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며 “다른 시·도에서도 배분 시기를 조례로 명시한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도의회 여야는 모두 향후 재판 과정과 특조금 배분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도 집행부가 해당 조례를 거듭 재의 요구한 데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두 기관의 법정 다툼은 반복되고 있다. 8년 전에는 도의회 교섭단체에 정책위원회와 소속 공무원을 둘 수 있도록 한 조례 개정안을 두고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경기도가 도의회를 상대로 낸 개정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도의회의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패소 이후 도의회는 “지방분권 차원에서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1년에도 경기도의회가 도의원 보좌관제와 의장 인사권 독립을 규정한 조례 2건을 의장 직권으로 공포하면서 대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건 물론 민선 8기 막바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 집행부가 연면적 10만㎡ 이상인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대해서도 재의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악화하고 있다.
다만 도지사·산하기관장 임기를 맞추도록 규정한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에 관한 조례안’은 이견 없이 수용·공포되면서 중앙정부에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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