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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해자를 가해자로… ‘살인 전 여성폭력 피해’ 통계 허술

입력 : 2025-10-13 21:28:40 수정 : 2025-10-13 21:28:39
조희연·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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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등 가해자 범죄 집계에
피해자의 우발 살해 등도 등록
“통계 설계부터 수정 필요” 지적
경찰측 “가·피해자 구분 어려워”

여성폭력을 당하던 피해자가 끝내 살해되는 사건이 반복되자 정부가 실태 파악을 위해 ‘살인 전 여성폭력 피해’ 통계 집계를 시작했지만 허술하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피해자가 여성폭력 가해자인 경우도 통계에 포함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통계를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살인(미수 포함) 사건 768건 중 150건이 살인 전 여성폭력 피해가 있던 것으로 집계했다. 여성폭력은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행·성매매를 아우르는 용어다. 이 통계를 토대로 경찰청은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 보고서에서 “살해 당한 여성 피해자는 32.4%(333건 중 108건)가 여성폭력 피해가 있었고, 살해당한 남성 피해자는 9.7%(435건 중 42건)만이 피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살인에 앞서 가정폭력 등에 시달린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남성 대비 3배로 보이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경찰이 남성 살인 피해자 중 여성폭력 피해가 있었다고 공표한 42건 중에는 여성폭력의 가해자인 경우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살해된 사례도 통계에 등록된 것이다. 남성 살인 피해자 중 여성폭력의 가해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살인 전 여성폭력’ 사건의 여성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은 이 같은 집계 방식의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실무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의 경우 폭력사건이 반복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어 가·피해자 인적사항을 일일이 대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폭력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실태 분석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통계를 통해 피해자가 왜 사망했는지 분석하고 정책적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가해자 분석도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통계만 발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범죄 대응체계 강화’를 공약했던 만큼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통계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매년 여성폭력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은 통계 시스템을 보완해 여성폭력 범죄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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