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팀이 논란을 양산하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사건은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두 명이 다량의 마약을 소지한 상태로 인천국제공항을 무사 통과한 게 발단이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2과장으로 수사 담당자였던 백해룡 경정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는 마약 조직원의 진술을 확보하고 세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려다 검찰과 경찰 윗선의 외압을 거부해 좌천성 인사조처를 당했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그런 그가 이재명 대통령의 12일 서울동부지검 합수팀 파견 결정에 “인사 명령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새로운 수사팀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월권이자 오만이다.
그의 불손한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구성된 합수팀을 ‘불법단체’로 규정한 그는 대통령 지시 다음 날에도 “합수팀에는 합류 의사가 없고, 내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수사팀이어야 한다”고 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과 경찰 조직에서 일개 경정이 할 말은 아니다. 그는 서울동부지검이 별도 수사팀 구성을 수용하자, 이번에는 ‘최소 25명’ 규모의 수사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까지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동부지검 합수팀에 백 경정 파견을 지시하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을 빚은 게 이번 사달의 원인이다. 이 대통령은 임은정 동부지검장에겐 성역없는 수사를 당부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제치고 국정 최고책임자가 일개 수사에 직접 개입한 것 자체가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통령이 논란을 예상했을 텐데 특정 인물을 콕 집어 수사팀에 합류시킨 저의가 궁금하다.
진상규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을 가장 잘 아는 백 경정이 직접 나서는 게 맞는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사의 생명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스스로 피해자이자 고발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에게 수사를 맡기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짜맞추기’ 수사라는 꼬리표를 달 가능성이 농후한 결론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새로운 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은 수사의 일관성을 깨트릴 수 있다. 백 경정 요구대로 별도의 수사팀 구성 계획이 공개된지 불과 몇 시간만에 새 수사팀 구성과 관련해 갈등이 불거지며 수사는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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