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갈등 등 불확실성 높아져
금값 2025년에만 57% 치솟아 사상 최고
코스피도 장중 3646.77 최고치 경신
스테이블코인 ‘테더’ 첫 1650원 돌파
수요 늘면서 달러와 연동성도 깨져
투자자들 “현금만 갖고 있으면 손해”
통화 대체할 안전자산 등으로 몰려
국제 금·은값과 암호화폐, 주식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중 관세 갈등 등 국제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가난해지는 기분”이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전통적인 ‘법정화폐’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체 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탈법정화폐’ 현상은 점점 더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미 동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날 장중 4131.29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4% 급등한 온스당 4135.50달러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57%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간 은 현물 가격은 4.7% 급등한 온스당 52.5070달러를 보였다. 1980년 1월 미국 ‘은파동’ 사태 때 기록한 고점을 넘어섰다.
대표적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가격도 크게 치솟았다. 14일 업비트에 따르면 테더 1개 가격은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 1505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같은 시각 주간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1425.8원)보다 5%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테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으로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우려가 커진 지난 10일 장중 165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실물자산의 가치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원·달러 환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인 수요가 늘며 달러와 연동성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한때 10만96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다소 반등해 이날 11만2000∼11만5000달러대를 오르내렸다. 비트코인은 지난 6일 12만60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이날 상승 출발해 3600선을 회복한 뒤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9시31분 3646.77까지 오르며 지난 10일 기록한 직전 장중 사상 최고치(3617.86)를 갈아치웠다. 전날 뉴욕증시가 반등하고, 이날 개장 전 공개된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며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오후 들어 하락전환했다.
반면 달러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는 지난 1월13일 109.96에서 점차 하락세를 보였고, 전날 기준 99.27을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 약세에도 원화값은 1430원대까지 떨어졌다. 2023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달러 가치는 약 1년9개월 동안 2.51% 떨어졌는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8.81% 하락하며 더 큰 낙폭을 그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투자자들이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란 화폐 가치의 질적 저하에 대비한 투자 전략이다. 높은 정부부채 부담에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며 투자자들이 달러화 등 기축통화를 대체할 다른 자산을 찾아 피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보험 성격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상품을 줄줄이 사들이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흐름은 달러 패권이 앞으로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관세와 관련된 무역 분쟁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금과 주식, 가상자산은 물론 채권까지 포함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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