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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25년 직업 트라우마 상담 ‘고위험군’ 최다

입력 : 2025-10-14 18:16:49 수정 : 2025-10-14 18:48:35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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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개월 동안 790명… 2024년 추월

전국 24곳 센터 상담자만 3105명
사망·사고 상담 44%로 가장 많아

정신질환 산재 인정 근로자 25%
재해 발생 1년 지나서 상담 시작
“트라우마 상담 사업주 의무화를”

중대 산업사고, 직장 내 괴롭힘 등 산업재해 트라우마를 상담해 주는 기관을 찾아 상담받은 인원 중 고위험군이 8월에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서는 등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자들의 재해 발생 시점과 상담 시점은 천차만별로 드러나 적기에 트라우마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공단이 위탁운영하는 직업트라우마센터를 찾은 상담 인원은 올해 1∼8월 3105명으로 지난해 연간 상담 인원(2730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중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인원은 올해 790명으로 이 역시 지난해 연간 인원(775명)을 추월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직업트라우마센터는 중대재해 같은 산업사고에 더해 직장 내 괴롭힘, 성폭행 등에 따른 피해자들의 심리 회복을 돕는 기관이다. 피해 당사자나 주변 동료, 재해를 목격한 근로자가 대상이다. 2018년에 문을 열어 지난해 9곳, 올해 1곳이 추가돼 현재 전국 24곳에서 운영 중이다. 

 

센터 측은 센터 개수가 늘어나면서 상담 건수와 고위험군이 동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고 김충현씨 사고로 협력업체 두 곳의 근로자 35명이 센터에서 상담받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고위험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 척도(PDS)를 포함한 5가지 평가 도구를 이용해 진단한 뒤 상담자 평가를 거쳐 분류된다. 센터에는 상담사만 있고, 의료진은 별도로 없어 약물치료가 가능한 병원 연계까지 이뤄지기도 한다. 병원 연계 인원은 2023년 33명, 지난해 50명, 올해 16명이다. 

 

상담 유형을 보면 올해 전체 상담 건수(6367건) 중 사망 및 사고가 43.9%(2793건)로 가장 많고, 직장 내 괴롭힘 24.8%(1580건), 기타 21.6%(1377건) 순이다. 

고위험 인원이 늘어나지만 트라우마 예방에 관한 사업주 의무 규정이 별도로 없어 재해 발생 이후 상담 시점은 천차만별이다.

 

2023년 이후 정신질환으로 산재가 승인된 근로자의 센터 이용 사례는 모두 52건이었는데 이 중 재해 발생 1년이 지나 상담을 시작한 경우는 13건으로 4건 중 1건꼴이었다. 그중에서도 7건은 산재 승인 이후 1년이 지나서야 상담을 받았다. 재해 시점부터 상담까지 최장 기간 사례는 무려 6년11개월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트라우마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지연된 상담은 방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노동계는 센터 인력을 확충해 접근성을 높이고 법상 트라우마 상담을 사업주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센터당 심리상담사는 두 명이며, 예산 역시 두 명분으로 편성됐다. 한국심리학회가 2023년 발표한 논문 ‘국내 산업재해 트라우마 심리지원의 현황과 과제’에서 연구진은 재해 발생에 따른 심리지원에 관한 법령이 미비하다며 “재해 발생 후 상담 의뢰까지의 기간을 1∼2주 이내로 규정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김충현, 김용균 사망 사고처럼 크게 알려진 사안이 아니고서야 노동자가 사업주 협조로 상담받기는 쉽지 않다”며 “센터로 연계하도록 규정을 만들 경우 그에 따른 인력도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재 트라우마 상담이 노동부 사업에 국한한다는 한계를 짚었다. 그는 특히 “중요성이 큰데도 부처의 일개 사업인 탓에 정권 부침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트라우마 상담을 사업주 의무로 못 박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센터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따른 정신질환 산재 승인은 350명이며, 그중에는 자살도 2명 포함돼 있다. 그런데 안전보건공단과 센터는 재해 트라우마에 의한 자살 여부를 확인할 자료는 별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은 “상담 인원이 늘고 있는데도 센터 운영은 안일하다”며 “센터 기능을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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