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가격 올라 실적 개선
3분기 매출 25% 늘어 194억불
한 분기 만에 다시 왕좌 되찾아
AMD 등 AI반도체 고객 다변화
‘스타게이트’ 참여 대규모 공급
수요 꾸준해 실적 랠리 지속 기대
삼성전자의 3분기 ‘깜짝 실적’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 반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SK하이닉스에 선점당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AMD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존재감을 키웠고, 비메모리 사업인 파운드리(수탁 반도체 제조)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빅테크로부터의 잇따른 수주는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아, 삼성전자의 향후 성적표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론 딛고 ‘메모리 왕좌’도 되찾아
14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은 2022년 2분기 이후 최근 3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때 ‘위기론’까지 나왔던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한 결과를 3분기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 호황을 등에 업은 반도체 부문의 활약이 컸다. 업계에선 3분기 들어 범용 D램 가격이 오른 점에 주목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6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을 포함한 서버용 고성능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의 공급 부족을 초래했고, 제품 단가는 상승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HBM 매출을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AI 반도체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 공급망엔 진입하지 못했지만, AMD의 신형 AI 가속기에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을 탑재하며 출하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뚜렷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날 삼성전자가 3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전 분기 대비 25% 늘어난 194억달러(약 27조6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 메모리 1위 왕좌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33년 만에 SK하이닉스에 글로벌 메모리 1위 자리를 내어준 충격을 어느 정도 회복한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 같은 회복세가 이어져 올해 4분기도 삼성이 메모리 시장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처 다변화로 실적 전망 밝아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공급처 다변화에 성공하면서 실적 상승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7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오픈AI의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또 협력 관계인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HBM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8월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계약을 각각 맺었다.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반도체 업계에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AI 시대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실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미국발 ‘관세 폭탄’이 촉발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8월 151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달엔 166억2000만달러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리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반도체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상승해 2028년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반도체 업계 전체가 당분간 ‘실적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인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28년 HBM의 시장 규모가 1077억달러(약 1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HBM 수요 증가로 올해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43.6% 성장할 것”이라며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 강세 속에 추론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낸드 시장도 3분기부터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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