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절부터 존속해 온 대통령실 제1부속실은 크게 △각종 보고 서류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과 외부 인사 간의 면담 또는 전화 통화를 주선하며 △대통령의 온갖 비공식적 업무를 수발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결국 허드렛일 하는 곳이 아니냐’고 여길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위한 허드렛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1부속실을 이끄는 실장(1급)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장한다는 의미에서 일명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현지 현 제1부속실장을 놓고선 문고리 권력을 넘어 아예 ‘만사현통’(모든 일이 김현지를 통해야만 풀린다)이란 말까지 나온다.

김 실장에 관해선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1990년대에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과 성남시에서 시민운동을 함께했고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국회의원이던 시절에는 각각 비서관, 수석보좌관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니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하루가 멀다고 김 실장의 과거 행적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종북 단체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됐다거나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인 교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형태로 각종 의혹을 속시원히 해소하면 좋으련만,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김 실장의 국감 증언만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대통령실은 그간 김 실장의 국회 출석에 대해 “국회에서 나오라고 결정하면 나가는 것”이라며 원론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여야 합의 불발을 염두에 두고 하는 ‘립서비스’ 성격이 짙다. 원내 과반 다수당이자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소수당인 국민의힘에서 뭐라고 떠들든 국감 증인 채택은 힘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김 실장의 국회 출석에 대해 똑 부러진 입장을 밝히는 대신 국민의힘을 향해 “왜 그렇게 김 실장한테 집착하느냐”고 야유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그러면서 “소모적 정쟁이 우려된다”며 은근슬쩍 불가론을 편다. 국감 개시와 동시에 정쟁의 연속인데, 유독 김 실장만 걱정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혀를 끌끌 차게 만든다. 김 실장의 국회 출석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점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닌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20일 논평에서 김 실장을 겨냥해 “국감에 출석해 국회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쟁에 이용될 것인데 출석할 이유가 없다는 민주당의 답변은 군색하다”고 단언한 참여연대는 “공직자는 국감에 출석해 정책에 대한 경과와 입장을 밝히고 국회의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타당하고 상식적인 논리라고 하겠다.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이 6곳 이상의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김 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 김 실장은 지금의 제1부속실로 옮기기 전 총무비서관으로서 3개월 넘게 대통령실 내부의 인사·예산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김 실장은 다른 상임위는 몰라도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 국감만큼은 반드시 출석해 떳떳이 증언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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