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이견 중재 한국 위상 높아져
한·미 정상회담 성과도 잘 챙기길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정을 끝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주 에이펙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열렸다. 보호주의로 회귀한 미국의 반대로 에이펙 정상선언인 ‘경주 선언’이 다자 자유무역과 관련된 표현을 대폭 축소한 뒤에야 가까스로 타결됐을 정도였다. 20년 만에 다시 에이펙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막판까지 미·중 등 참여국의 이해를 조율한 타협안을 도출해내는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자유무역 기조가 쇠퇴하면서 글로벌 분업·공급망에 의존해 온 한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미·중 경쟁 격화로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안게 됐다. 기술 혁신과 무역 다변화 등을 통해 달라진 통상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도 줄여야 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대상국을 더 늘릴 필요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인공지능(AI) 발전을 에이펙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제시해 정상급 합의문인 ‘APEC AI 이니셔티브’를 성사시켰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AI 동맹’은 한국의 제조업 역량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주요국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협상 이후 미국 측에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우리 입장이 최종 문안에 담길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승인을 직접 요청한 것이 주효했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 권한도 약속받았다. 모두 우리의 해묵은 숙원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도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첫발을 잘 뗐다. 다카이치는 일본판 트럼프에 비견될 정도로 국익 우선의 보수 정치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과의 첫 회담 직전 한국 공군기의 독도 비행 이력을 문제 삼으며 일본 자위대 기지 급유를 전격 취소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정상 셔틀 외교를 통해 뇌관인 과거사와 영토 문제를 지혜롭게 관리해야 한다. 에이펙 시험대를 넘어선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더 큰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이집트 대박물관 개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2/128/20251102510407.jpg
)
![[특파원리포트] 경주에서 나온 복원의 첫 장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2/128/20251102510411.jpg
)
![[박영준칼럼] 美 위기 징후와 동맹전략의 과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2/128/20251102510379.jpg
)
![[심호섭의전쟁이야기] 저격능선·삼각고지 전투서 홀로 빛난 국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2/128/20251102510392.jpg
)






![[포토] 윈터 '깜찍하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1/300/2025103151454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