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확보전… 1년치 이미 완판
정부·삼성·현대차·SK 5만장씩
네이버는 6만장 공급 받기로
AI 데이터 센터 5곳 지을 물량
황 “韓, SW·제조·AI 역량 탁월”
“가장 빠른 산업화” 헌정 영상도
韓, 전략적 핵심 허브 인식 메시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AI 산업의 혁신 동력이 확보됐다. 정부와 기업들은 GPU를 활용해 AI 소프트웨어와 제조 역량을 결합한 ‘피지컬 AI’ 개발을 본격화한다. 이번 협력으로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을 달성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고, 민관 합동 소버린(주권) AI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2일 정부와 테크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2030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GPU는 현재 국내에 있는 엔비디아 GPU(4만5000개)의 5배가 넘는다. AI 두뇌 역할을 하는 대형 AI 데이터센터 5곳 이상을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최신 GPU ‘블랙웰(B200)’이 개당 3만∼4만달러란 점을 고려하면 78억∼104억달러(약 14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급 규모다. 정부와 삼성, 현대자동차, SK가 각 5만장, 네이버가 6만장을 받는다.
품귀 현상을 빚는 GPU를 경쟁국보다 먼저 공급받아 AI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블랙웰은 현재 산업계에서 주력으로 활용하고 정부가 확보를 추진하는 ‘H200’보다 연산성능이 2.25배 높은 최신형 AI 칩이다. 출시 전부터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를 중심으로 확보 경쟁이 벌어져 1년 치 생산량이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내년 예산 2조원을 확보하고, 2028년까지 5만장, 2030년까지 20만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울 만큼 GPU 확보가 절실했다. GPU 확보 경쟁에서 밀리면 AI 산업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상황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경쟁국보다 월등히 많은 물량을 약속하면서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됐다. 엔비디아는 앞서 영국에 12만장, 유럽연합(EU)에 10만장을 공급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업은 단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미국의 ‘AI 동맹’에 합류한다는 데도 의미가 크다. AI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되면서 GPU 확보를 위한 외교전도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란 점도 중요했지만, 소프트웨어와 제조업, AI 역량을 모두 갖춘 한국의 경쟁력이 엔비디아의 파트너로 낙점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CEO는 “로봇이 로봇을 조작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게 AI의 미래”라며 “소프트웨어와 제조·AI 역량을 한국은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넘어 AI가 산업 현장에 직접 구동하는 피지컬 AI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인데, 한국의 관련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엔비디아와의 새로운 협력은 AI로부터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도약”이라며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모델은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의 ‘치킨 회동’에 이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한국 헌정’ 영상도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어갔다.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의 3분16초짜리 영상은 한국에 대해 “단순한 재건을 넘어 역사상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뤘다”며 “AI 혁명으로 한국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을 전략적 핵심 허브(거점)로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AI 제조 플랫폼을 만든다. 현실 공장 환경을 가상환경에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도 구축한다.
SK그룹은 엔비디아의 GPU와 제조 AI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디지털 트윈과 로봇, 거대언어모델(LLM) 등 학습·추론, 3D 시뮬레이션 기능을 두루 갖춘 ‘산업용 AI 서비스 공급 사업자’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AI 기반 모빌리티를 구동할 AI 팩토리를 만든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조선과 보안 등 산업 특화 피지컬 AI 모델 개발에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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