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숱한 논란을 빚던 컨스털레이션급 신형 호위함 4척 발주를 26일 전격 취소했다.
존 펠란 미 해군 장관은 “수상 전투함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이 투자 대비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준비 태세나 승리할 능력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1달러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0척 도입을 계획했고 건조 계약도 맺었지만, 설계와 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속출하고 일정이 지연되자 제작 중인 2척만 도입하고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이다.
유럽 최대 조선업체로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맡았던 컨스털레이션 호위함 프로그램의 종말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국에도 시그널을 주고 있다.
미국 내 함정 건조와 조선소 운영 등에서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설계·건조에 이르는 총체적 문제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은 노후화로 퇴역했던 올리버 헤자드 페리급 호위함 대체 전력이었다.
선체 균열, 기관 고장, 탑재 무장 개발 중단 등을 겪은 연안전투함(LCS)의 문제를 반영, 기존 설계를 최대한 활용해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저렴하고 준수한 성능의 호위함을 대량으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경쟁을 벌여 핀칸티에리가 제안한 카를로 베르가미니(6600t급) 호위함이 최종 선정됐다. 프랑스·이탈리아가 공동개발한 프렘(FREMM) 호위함을 이탈리아 해군 요구에 맞게 개량한 것이었다.
유럽에서 기술적 검증이 이뤄졌고 가격도 비싸지 않으며, 성능개량이 쉽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 해군이 구상하던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개념에 부합하는 함정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에 따라 핀칸티에리가 2009년 인수한 위스콘신주 마리네트 소재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Fincantieri Marinette Marine)에서 건조가 시작됐다.
미 해군은 기존 호위함 설계를 기반으로 납기 단축을 추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첫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이 될 USS 컨스텔레이션은 2026년 진수할 계획이었으나, 2029년 후반으로 늦춰졌다.
지금까지 건조비는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기존 예상 수준인 11억달러(1조6200억원)를 두 배 가까이 뛰어넘은 수치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이 겪은 문제는 군함 설계·건조 과정에서 미 해군과 현지 조선업계가 처한 난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미 회계감사원(GAO)의 2024∼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과 조선소는 기능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를 시작했다.
미 해군의 설계 진척 지표는 설계 성숙도를 과대 평가했다. 반면 추진체계와 제어 시스템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 설계 문서가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블록 단위 건조를 강행, 작업 순서가 뒤바뀌고 주요 구조물 재작업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미 해군의 지속적인 설계 변경과 추가 요구로 작업 중단 및 재조정이 거듭됐다. 미국산 무기와 전자전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안전 및 운용 기준도 강화되면서 설계는 한층 복잡해졌다.
계속된 설계 수정은 작업 계획과 인력 배치에 악영향을 끼쳤다. 설계 오류 및 수정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장비와 시스템은 조립을 마친 상태에서 교체 또는 재설치 작업이 이뤄졌다.
그 결과 원형인 이탈리아 카를로 베르가미니함과는 공통성이 80%에서 15%까지 떨어졌다. 기존 함정 설계를 최대한 활용해서 리스크를 낮춘다는 당초 목적은 사라졌다.
기술적 문제도 이어졌다. 무게는 당초 예상보다 759t 증가했다. 선체 무게 분포에서 불균형이 발생해 선박 성능과 안정성, 수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그런데도 미 해군은 설계 안정화 대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후속 함정 계약을 조기에 체결하는 것을 선택, 사업 리스크를 키웠다.
호위함을 건조하는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 조선소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조선소는 숙련공 수백 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특히 용접공 등 핵심 직종에서 문제가 심각했다. 이직도 끊이지 않았다.
숙련공 부족과 이직으로 생산 속도가 느려졌고, 신규 채용한 직원 훈련에 또다시 시간이 소요되면서 설계 변경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3월 미 의회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을 일정 지연 원인의 핵심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마스가 실현, 쉽지 않아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포함한 마스가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건조를 명시한 존스법(상선)과 반스-톨레프슨법(함정)과 더불어 미국이 지원함 외에도 전투함 수리 등을 한국에 맡길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K-조선이 미국 현지에서 함정을 건조한다면, 마스가 프로젝트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상선과 달리 미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만드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군함은 해군의 효율적인 요구성능 설정과 소요제기 및 사업관리, 조선소·방위산업체의 기술적 능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제때 완성되어 전력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미 해군과 조선소의 능력이 군함의 효율적 건조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20여년 전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건조 이후 함정 설계·건조·운용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적이 없다.
미 해군연구소(USNI)는 지난해 5월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문제와 관련 “미 해군은 호위함 프로그램 지연에 대해 조선소 인력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미 GAO 보고서는 지연의 이유로 불안정한 설계를 언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이전의 군함 프로그램들도 미 해군의 설계·기술 등의 사업 관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1만4500t짜리 대형 스텔스 구축함으로 1번함이 2016년 등장한 줌왈트급은 극단적인 스텔스 성능과 강력한 타격력을 갖춘 첨단 함정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레일건처럼 검증되지 않은 첨단 기술을 대거 반영했다가 기술적 난도가 높거나 비용 문제로 취소되는 사례가 지속됐다.
건조비는 폭증했고, 모항 근처에서 실험만 했는데도 선체가 부식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3척 건조로 끝났다.
냉전 이후 새로운 해상전의 주역으로 미 해군이 강조했던 연안전투함(LCS)도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과도하게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겪었고, 모듈 장비들도 개발·도입 취소가 늘어나면서 전투력이 약화됐다.
센서와 무장, 선체 형태가 서로 다른 록히드마틴과 제너럴 다이나믹스 LCS를 함께 도입, 부품 수급과 교육 훈련 등에서 비효율을 초래했다.
미국 내 조선소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숙련공 부족은 고질적인 것으로서 핀칸티에리도 어려움을 겪은 문제다.
냉전 이후 국방예산의 대폭 삭감은 군함 건조 감소로 이어졌고, 미국 조선산업은 약화됐다. 공급업체들은 폐업하거나 사업 방향을 전환했고, 경험 많은 노동자들은 현장을 떠났다.
그 결과 용접공, 배관공, 전기공 등 핵심 숙련 직종의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직종 급여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해 인력 유치가 쉽지 않다.
그나마 남아 있는 숙련공의 평균 연령은 55세로서 상당수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세대교체가 시급하지만, 청년층이 타 직종으로 이직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신규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적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K-조선이 미국 법령에 근거해 미군 함정 건조에 나선다면, 컨스털레이션급 제작 과정에서 핀칸티에리가 겪었던 일들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문화적 이질감이 큰 국내 조선업체로선 인력 문제가 더욱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강경 성향의 노조와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일각에선 세계적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사업 관리 능력을 적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핀칸티에리의 경우 미국 내 조선소 인수 직후 첨단 용접 장비와 3D 설계 시스템, 자동화된 생산 라인을 도입한 바 있다. 2022년엔 첨단 모듈 조립 시스템과 크레인 설비 증설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건조 사업은 2척 건조로 끝났다. 미 해군이 다른 선박을 발주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선진적 공정 관리 기술과 건조 경험을 갖춰도 미 해군의 부실한 사업관리와 설계 능력이 대폭 개선되고 숙련공 부족 문제가 뚜렷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조선업계가 모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진 셈이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프로그램은 미국 현지 조선소에 첨단 기술과 자본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 해군과 현지 조선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고, K-조선이나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도 풀 수 없는 것이다.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사업 확대도 중요하지만, 유럽 조선소도 피하지 못했던 구조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 해군의 함정 건조 사업과 조선소 투자 등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한국판 장발장’에 무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404.jpg
)
![[기자가만난세상] AI 부정행위 사태가 의미하는 것](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346.jpg
)
![[세계와우리] 트럼프 2기 1년, 더 커진 불확실성](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384.jpg
)
![[조경란의얇은소설] 엄마에게 시간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352.jpg
)






![[포토] 아이브 가을 '청순 매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8/300/2025112851021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