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는 늘 잠재적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독도 문제와 과거사에 기인한다. 이러니 군사 협력은 더욱 어려운 과제였다. 작은 사건 하나가 양국 관계 전반을 흔들 만큼 신뢰 기반은 취약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블랙이글스’ 논란이 대표적이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당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두바이 에어쇼 참가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 나하 기지를 중간 경유지로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블랙이글스가 독도 상공에서 태극 문양을 그리며 비행한 사실에 반발, 급유 지원 계획을 취소했다.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는 무산됐다.
여파는 양국 군사 교류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 자위대 음악 축제에 군악대 파견을 취소했고, 같은 달 예정돼 있던 한일 공동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도 무기한 연기됐다. 양국 관계 회복은 블랙이글스가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제 방위산업전시회 참가를 위해 일본 나하 기지에 기착하면서 재개됐다. 한국 공군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를 이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양국 국방장관 간 교류도 이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일본에서 열린 장관회담에서 탁구를 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직후 드럼 합주를 선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소프트 외교’가 이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 장관은 중단됐던 한일 수색구조훈련의 재개를 공식 발표했다.
한일 수색구조훈련이 내달 7일 시작된다. 1999년부터 격년으로 실시했던 이 훈련은 한반도 근해에서 선박 조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양국 함정이 출동해 대응 절차를 연습하는 훈련이다. 2018년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과 한국 해군의 사격용 레이더 대응으로 발생한 ‘초계기 갈등’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단됐다. 훈련 재개는 양국 관계 개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북·중·러 밀착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힘의 공백’과 에너지 위기 대응 등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가 작용했다. 안보와 경제를 둘러싼 도전이 양국 간 군사적 협력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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