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 흡수통일적 대북 정책 원인
정동영 장관 ‘조선’ 호칭 상식적 얘기
北 당분간 ‘통미봉남’ 노선 지속 가능성
평화적 국가 관계론 바탕 신뢰 쌓아야
정전협정, 평화협정 대체 땐 평화 올 것
강창일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우리 국민과 동포, 국제사회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면서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추구하는 정부 기조를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인 내용과 효과, 미래 비전을 담은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부의장은 최근 남북 관계 화두인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남북은) 1991년 유엔에 각자 국가 단위로 가입하는 등 형식 논리적으로는 두 국가”라며 “(북한이) 두 국가라고 하는 것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흡수통일을 해야 한다는 종래의 방침을 포기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부분에 착목해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전협정이 종전협정,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적대적’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평화적’ 두 국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선 “북한 정권, 체제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가 적대적 두 국가론일 수 있다”며 “북한 주민이 한국 방송 보고 (한국 영향 받으니) 한반도 남쪽 놈들은 나쁜 놈이야, 원수니까 (한국 이야기) 듣지 마, 이런 식으로 내부 단속을 하고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두 국가 현실에서 흡수통일하지 않겠으니 평화공존을 하자고 선수를 칠 수도 있었다”며 “정권 바뀌고 하는 바람에 여유가 없이 한발 늦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조선’ 호칭 문제에 관해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다. 사전 교감 없이 꺼내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원론적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호칭은 상호적인 것이고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서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화공존론이 분단고착론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평화공존에 비판하는 세력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극우 보수 세력이다. 나머지 하나는 급진진보 세력이다. 양 극단은 늘 있다. 평화공존 속에서 교류협력이 되어야 이후의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강 수석부의장은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남북) 관계가 풀리지 않는다. 삼국통일도 수백 년 걸렸는데 몇 년, 몇십년을 왜 못 기다리는가.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따라 설치된 평화통일정책 수립에 관한 대통령 자문 기관이다. 의장은 대통령, 수석부의장은 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평통자문위원은 국내 약 1만9000명, 해외 137개국 4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 4월 임명된 강 수석부의장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계 원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주일대사, 동국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남북 관계를 평가하면.
“윤석열정부 때 이념외교, 가치외교 운운하면서 흡수통일적인 대북 적대 정책으로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도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명하면서 급기야 2023년 12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했고 2024년엔 헌법 개정을 시사하더니 올해 3월 헌법이 개정됐다. 남북은 동족 관계가 아니라 전쟁 중 교전 관계이고 통일을 국가 목표에서 제외한다는 것 등이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남북 관계가) 하루아침에 복원되지 않고 냉랭한 관계가 지속하고 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어떻게 보나.
“형식 논리적으로 남북은 두 국가다. 유엔에 남북이 개별 가입했기 때문에 두 국가이고, 휴전 상태여서 적대적이다. 보수적 사람들은 ‘적대적’이란 용어에 방점을 찍으나 오히려 ‘두 국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적대적’이기 때문에 평화공존 상태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북 관계가 호전돼 정전협정이 종전협정,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평화적 두 국가로 귀결된다. 그 이후는 과제로 남겨두는 것이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배경은.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현실주의적 입장에 서 있다는 것과 함께, 흡수통일론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라고 본다. 이번 헌법 개정은 문맥상으로 흡수통일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호응해 우리도 무력통일이나 흡수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곧 이재명정부의 평화공존, 공동성장이란 구호 속에 전부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평화공존론을 평가하면.
“적대적 관계의 강화는 공멸의 길이다. 이재명정부는 흡수통일론을 추구하지 않고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해 평화공존체제를 일구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논할 때 늘 단계론이 있어 왔다.”
―북한은 평화공존론에 대해 아무런 호응이 없다.
“정권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이 바뀌니 믿지 못하는 거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서 여러 가지 이야기 나올 수 있고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도 꽤 있다. 북한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다.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혹자는 헌법 제3조(영토조항), 제4조(통일조항)의 개헌 작업에 착수하면 북한이 호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북한은 당분간 통미봉남(通美封南) 노선으로 갈 것이다. 남북 관계는 올스톱이다. 북·미 관계 변화에 따라 남북 관계도 풀릴 것이다. 휴전 당사자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역사적 경험이다. 그래서 우리도 너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이라는 평화적 국가 관계론을 제시하시면서 신뢰 구축에 애써야 할 때다. 미국으로서는 이란 전쟁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충 정리되면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의 관계다.”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북·미 정상은 만난 적도 있어 오히려 대화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거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히 결단을 내리는 부분도 있으니…. 어쩌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에 뭔가 제스처가 나올 수도 있고 정세가 급작스럽게 변할 수도 있다. 북핵 문제는 현재까지는 인정하고 더 이상 확대, 확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될 것 아닌가 하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북·미가 핵 동결하고 양국 간 사무실(연락사무소 등 외교조직)도 만들고 교류해 평화협정 체제를 만들면 한국과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통일론과 평화공존론을 어떻게 조화시키나.
“우리는 현실적으로 모순된 헌법 체계 속에서 살고 있다. 광복 후 정부 수립 때 우리가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주장했으나 북한이라는 나라도 생겼다. 유엔에도 남북 각자 가입해 국제적으로 북한이 국가로 인정받았다. 우리 헌법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이런 헌법적 가치를 담아낸 표현이다.”
―북한 여자축구단 감독이 호칭 문제로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했다. 어떻게 봤나.
“(웃으면서) (북측, 북한이라는 호칭에) 한국 사람들은 익숙하다. 북한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 문제가 아니다. 이런 용어 문제를 가지고 북한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호칭은 상호적인 것이다. 이제 정식으로 국가와 국가로서 할 때는 대한민국, 한국이라고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너무 이러쿵저러쿵할 게 아닌 것 같다. 정부 당국 간에는 외교 문제가 있으니 서로 예의 지키면서 한국, 조선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북한이 우리에게 남반부 괴뢰집단이라고 하면 상응해서 북한 괴뢰집단으로 하면 된다. 일본 천황 문제도 그렇지 않으냐. 한국 매체는 다 일왕, 일본 국왕이라고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천황이라고 했다. 그게 예의다. 천황이나 일본식 발음대로 덴노라고 해야 한다.”
―정동영 장관과 평화공존론 추진을 위해 어떻게 호흡을 맞출 계획인가.
“정 장관이 서울대 국사학과 1년 후배다. 대학 때부터 형제처럼 지냈다. 정 장관은 대학생 때부터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통일부 장관도 하고 수차례 북한에도 다녀와서 북한이 정 장관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본다. 냉랭한 관계 속에서 통일부 장관을 맡아 고생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 장관 있을 때 북한과의 매듭이 한번 풀렸으면 좋겠다.”
―민주평통 운영 방향은.
“전문가들 불러모아 평화공존론 로드맵을 만들려고 한다. 평화공존의 내용을 설명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연결 등 교류협력 사업 예시와 경제적 효과 등 구체적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다.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오케이(O.K) 하면 통일부와도 힘을 합쳐 국내외적으로 강연회도 하고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평통은 한국에도 시도별, 시군구 조직이 다 있고, 해외에도 자문위원 4000여명이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조직은 민주평통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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