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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부동산은 산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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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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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수만큼 수요 예측?… 공급 없인 ‘백약이 무효’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실거주 2년 규제 때문에 전월세 매물이 안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사전검토 결과 기존 집이 나오는 효과도 있어서 매물 잠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백브리핑 발언 중 일부다. 사람 수만큼 이동 수요의 원인이 제각각일 텐데 정부가 그 많은 기존 임차인과 미래 임차인의 복잡한 수요를 어떻게 시뮬레이션했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이현미 산업부 차장
이현미 산업부 차장

그 의문의 실마리를 찾은 건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였다.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이 줄어든 만큼 무주택자들이 그 집을 사서 들어갔으니 전세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며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전세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고 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이 돼서 공급과 수요가 하나씩 줄어들었다는 1대 1 치환 논리였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시장은 공급 -1, 수요 -1이 상쇄돼 0이 되는 단순한 구조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A가 살고 있는 집을 무주택자 B가 매수해 실거주하게 되면 기존 집을 떠나는 A를 받아줄 매물이 있어야 한다. “B가 떠난 집이 있잖아?”라고 묻는다면 단순 계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B가 기존 전월세 수요자였다는 가정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B가 부모님 집에 각각 거주하다가 결혼을 계기로 주택을 매수한 신혼부부라면, 이들의 매수와 실거주로 공급은 줄었으나 전세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결혼, 이혼, 자녀 독립, 취업,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 해외 거주자의 귀국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요인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또한 그 수요의 상당수가 서울 거주를 희망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년 평균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4만∼4만5000가구는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가 줄어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아파트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 약 4만가구, 2024년 3만9000가구, 2025년 4만6000가구에서 올해 2만4000가구로 거의 반토막이 났고 2027∼2029년까진 1만가구로 줄어든다.

신규 공급이 급감한 가운데 정부 규제로 기존 물량마저 줄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나 고령자 물건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는 말도 틀리진 않지만, 현재는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공급 감소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 중산층 주거지역인 중랑구와 성북구, 노원구, 구로구 등은 지난 1년간 전세 매물이 70∼80% 줄었고, 월세도 절반가량 사라졌다고 한다. 희소해질수록 비싸지는 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이제는 비강남권에서도 월 300만∼400만원의 고가 월세 거래가 이뤄진다. 투기·투자가 끼어들 수 없는 실수요장인 임차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건 결국 공급 부족이 초래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아파트를 내놓도록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 강화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투기성을 가르기 위한 과세 강화 기준으론 직장 이전,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사람 수만큼 다양한 사유를 일괄적으로 가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혼란이 가중될수록 정부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진 않은 게 부동산 시장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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