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구 중 280명만 신원 확인
유족 찾기 DNA 시료 확보 관건
발로 뛰면서 후손들 찾아 설득도
“유해발굴 끝 아냐… 적극 참여 당부”
이분애씨는 2020년 남편 김진구 하사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6·25전쟁이 시작되고 무려 70년의 세월이 지난 때였다. 남편은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전사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긴 세월 꾹꾹 눌러 왔던 그리움이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에 한순간에 북받쳐 올라 아흔살이 넘은 아내는 펑펑 울었다. 이씨는 “남편의 시신을 못 찾아서 무덤이 없으니까 내가 죽거든 선산에 묻지 말고 뿌려 달라고 했었다. 오랜 세월 가슴 아파하며 살았는데 남편을 찾아 같이 묻힐 수 있다니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청사에서 만난 김영선 국유단 유가족관리과장은 김 하사 사례가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전사자의 아내가 생존해 있는 경우가 드문 데다, 남편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눈물을 쏟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뿌듯함보다 ‘더 일찍 찾아드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컸다”며 “전사자를 기억하는 자녀나 조카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찾아드리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하사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건 유해를 발굴한 것에 더해 유가족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인 유전자 시료(검체)를 확보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사자의 유가족을 찾는 이들이 국유단 탐문관이다. 김 과장은 지난 3월30일∼4월3일 제주도에 머물며 유가족 시료 403건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국유단의 임무는 흔히 전투가 치열했던 산야에서 유해를 찾는 장면으로 상징된다. 하지만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가족의 품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유가족 DNA와 대조하는 과정이 필수다. 탐문관에게 주어진 일이 그것이다. 전사자의 주소지와 본적, 제적등본과 가족관계 등을 토대로 유가족을 추적해 시료를 채취한다. 김 과장은 “유가족 유전자 시료는 탐문관들이 발로 뛰어야 모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탐문관은 26명이다.
2000년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1만1500여구가 발굴됐지만,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28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인식표처럼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 함께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 DNA 대조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유가족 시료가 이미 확보된 경우라면 발굴된 유해의 DNA와 비교해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 유해가 나왔지만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없고, 맞춰 볼 유가족 DNA가 사전에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어렵다. 전사기록, 주소지, 본적 등의 자료를 토대로 유가족을 역추적해 가야 한다.
관건은 유가족 관련 정보를 얼마나 축적해 놓느냐다. 유가족이 직접 보건소나 군 병원 등을 찾아 시료를 낼 수 있지만, 전사자를 기억하는 자녀 세대 대부분이 지금은 80대 이상이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탐문관이 직접 찾아가는 ‘기동’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후손들이 집안에 전사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아 탐문관들은 가계도, 제적등본 등을 보여주며 관계를 설명한다. 유가족일 수 있는 이들을 찾는다고 해도 바로 시료 채취가 가능한 건 아니다.
첫 반응은 대체로 경계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았느냐”는 질문부터 돌아온다. 탐문관들은 공무원증, 명함 등으로 신분을 증명하고 전사자의 인적사항과 가계도, 법적 근거를 하나씩 보여주며 안내를 해야 한다. 김 과장은 “자료를 보여드리다 보면 ‘우리랑 어떤 관계에 있는 누구이구나’ 하는 연결고리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집안에 전사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전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해를 찾는 일은 산에서 시작되지만, 이름을 되찾는 건 가족의 기억과 참여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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